‘제3 신당’ 추진 금태섭 전 의원 “거대 양당 누가 이겨도 정치 달라지지 않아… 판을 바꿔야” [세상을 보는 창]

박창억 2023. 7. 1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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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양쪽 정권 교체하며 망가져
정치의 공동체 기여 논의 자체가 없어
유권자 새로운 변화에 투자하기 시작
시민들 ‘정상적인 얘기하는 사람’ 원해
文·尹정부는 취임 첫날부터 한쪽만 봐
신당은 ‘양극화’ 해소에 목표 두고 갈 것
총선서 30석 정당 생기면 정치 바뀔 것
9월 발기인 대회 갖고 연말 창당 완료
비슷한 고민 함께하는 분과 연합 희망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독점 구도와 극단적 대결에 등 돌린 무당층이 30%에 육박하는 상황이 신당 논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장 먼저 신당 창당 깃발을 든 사람은 금태섭 전 의원. 정치 입문 후 10여년간 안철수 캠프를 거쳐 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캠프에도 잠시 몸을 담았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9월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그를 만나 신당 창당의 배경과 계획 등을 들어봤다. 그는 “국민의힘이 과반수를 차지하든, 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든 하나도 달라질 게 없다”며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양쪽으로 정권이 교체되며 모두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유권자들이 이제는 새로운 변화에 투자할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저는 그게 10%는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석을 신당의 목표로 제시한 근거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6일 그의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새로운 당’이라는 신당 창당에 나선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서울 한남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내부갈등과 적개심이 심해지면 공동체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대 당을 적대시하는 행태 자체를 바꾸고 기존정당을 대체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제3신당 추진의 동기와 배경은.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은 아주 작은 기회를 보고 가는 것이다. 가능성도 작다. 아니었다면 다른 정치인도 이것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제가 정치권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뭔가 정치를 조금이라도 낫게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치 전체가 우리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하느냐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다. 지금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수를 차지하든, 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든 하나도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양쪽이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판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9월 창당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는데.

“과거 제3당을 보면 선거 두세 달 전 급조한 게 대부분이었다. 저희는 그보다는 조금 더 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 선거 1년 전 시동을 건 것이다. 9월에는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갖고, 연말까지는 창당을 완료할 예정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물이 모이는 것 같은데.

“진보와 보수로 나눠 세상을 바라보는 건 낡았다고 생각한다. 신당 참여자들이 분명 과거에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얘기하다 보면 굉장히 통한다. 노란봉투법만 해도 다들 민주당이 5년 집권 때 할 수 있었는데 안 하다가 윤석열정부에 해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런 공통된 문제 인식이 있기에 얼마든지 의기투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정당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들으면 ‘제발 정상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을 봤으면 좋겠다’고 한다. 굉장히 상식적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기대를 한다. 적을 만들지 않고 진짜 중요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당연히 유권자들이 거기에 대한 갈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치는 어떻게 다른가.

“지금까지는 정치 행태에 문제가 있었다. 문 정부도 통합의 정치를 얘기했지만, 취임 첫날부터 완전히 한쪽만 보고 갔다. 이런 것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정말 집중할 문제는 양극화다. 어느 정부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그 문제에 집중하겠다.”

―신당의 이념적 지향점, 좌표는 어떻게 되나요?

“그런 논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진보냐,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그때그때 표 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일 뿐이다. 그야말로 이념이 없는 정당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어떤 역할을 하나.

“김 전 위원장은 정치권에 들어와 만난 분 중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그분은 항상 정치가 어떻게 돼야 하는지 등 공적인 데 관심이 집중돼 있다. 필요하면 도와줄 테니 ‘당신들이 하라’고 한다.”
―30석이 목표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신당은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한 번에 정권을 떠안을 만한 역량이 안 된다. 유권자들이 10년간 양쪽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모두 망가지는 것을 보며 이제는 새로운 변화에 투자할 마음이 있을 것이다. 저는 그게 10%는 된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 제3신당이 되겠냐고 하지만, 그런 분들도 30석짜리 정당이 생기면 대한민국 정치가 바뀔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지금까지 성공한 제3신당이 거의 없는데?

“우리 헌법 자체가 제3당이 생기기가 어렵다. 우리는 아주 강력한 대통령제다. 지역 기반이나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있으면 쉽게 당을 만들 수 있는 게 맞는데, 그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유권자가 지켜봤다. 지금처럼 내부갈등과 적개심이 심해지면 공동체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 아주 이상한 포퓰리스트에게 휘둘리든가, 내부갈등이 치유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것이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지 않으면 어렵다. 우리가 중도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상대 당을 적대시하는 행태 자체를 바꾸고 기존 정당을 대체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 줘야 한다.”
―무당층이 실제 선거에서는 양당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과거에는 양당 구심력이 굉장히 강했다. 욕을 하면서도 투표장 가서 찍었다. 지금은 로열티(충성도)가 많이 약해졌다. 또 우리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실제로 한 일로 평가를 받겠다. 선거에서 저희가 취할 입장과 목소리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양향자 신당’ 등 다른 제3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모여서 힘을 합쳤으면 좋겠는데,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생각한다. 길을 찾는 경로에서 고민의 과정이 다를 수 있고 기존 정당에 속한 분은 결단도 필요하다. 그런 걸 존중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함께하는 분들과 힘을 합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누구와 합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윤 정부의 집권 1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윤 정부를 아직까지 옹호해주는 분들이 ‘방향은 옳지 않냐’고 하는데, 그 말 자체가 틀려먹었다. 방향이 옳은가를 따지는 것은 법률가의 시각이다. 내가 답을 낼 테니 따라오라는 식이다. 문 정부 때 가장 큰 잘못이 편 가르기하고 상대방을 친일파라고 공격하는 것인데, 대통령이 취임 1년이 넘도록 제1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은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제1야당 대표를 안 만나는 것은 정치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을 대화 상대로 인정을 안 하는 것인데, 어떻게 나라를 끌고 가기를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번에 차관 인사도 결국은 국회를 인정 안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용산과 집권여당에서 아무도 말을 못 한다. 정말 불행한 일이다.”
―현재 민주당의 모습도 비판할 대목이 많은데.

“지난 대선은 문 정부에 대한 평가였다. 민주당은 윤 정부를 비판하지만, 부동산·소득주도성장·조국 사태 등 지난 5년 문 정부에 대한 반성이 하나도 없다. 상대방을 배제해야 하는 적으로 만든 문화를 만든 데 대해 하등의 반성이 없다. 그래서 윤 정부가 이렇게 못하고 있는데도 문 정부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불행한 일이다.”

―내년 총선에서 어느 쪽이 1당이 될 것으로 보는가.

“현재와 같은 지형에서 선거를 치른다면 민주당이 이길 것이다. 수도권이 121석인데 그중 국민의힘은 18석에 불과하다. 유권자가 충성도가 떨어지고 양쪽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면 후보자의 퀄리티(자질)를 보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현역이 원외보다 유리하다. 서울과 경기 지역을 보면 국민의힘 후보들의 자질이 너무 떨어진다. 보수정당은 10년간 아무도 인재를 키우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수도권에 사고 지역구가 여럿인데 그럴듯한 후보가 안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기회를 주자는 여론이 생길 수 있는데.

“만 2년이 지나고 있는 시점의 선거에서 기회를 얻으려면 유권자가 안타깝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야당에 매달리고, 민주당이 안 들어주고 윤 대통령에게도 한번은 기회를 줘야지 이런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지금 윤 정부는 기고만장이다. 누가 거기에 표를 주겠냐. 윤 대통령에게 180석 주면 ‘못한 일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민주당에 착근하지 못한 아쉬움은 없나.

“민주당 쪽에서 저에게 배신자라고 하는데 저는 문 전 대통령과 조 전 법무장관이 배신자라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가치, 다른 말도 할 수 있었던 문화를 완전히 배신했다. 저도 민주당에서 리더도 되고 꿈도 키우고 싶었는데 민주당이 변해버린 것이다. 저도 민주당에 뿌리를 못 내린 데 대해 안타까움이 있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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