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쟁이 연인 ‘금리’에 목매기보다 ‘기업 실적’과 사랑에 빠지는 게 현명하다[윤지호의 투자, 함께 고민하시죠]

기자 2023. 7. 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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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투자와 연애는 비슷하다. 멋진 연애를 꿈꾸지만, 그렇다고 모두 멋진 연애를 할 수는 없다. 문학, 드라마, 영화에서 연애를 상세히 다루지만 실제 적용은 쉽지 않다. 어떤 연인은 마음을 담은 편지 하나로도 감동을 받지만, 어떤 이는 이벤트, 선물 등 요란한 물량 공세에 마음을 움직인다. 연애지침서를 읽고, 연애 코칭을 받는다고 맞춤 연애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상대에 따라 호응하는 지점이 다르다. 연애나 투자나 실제로 해봐야 서로를 알게 된다.

주식 투자자에게 금리는 연인과 같다. 다루기 힘들고 변덕스럽다. 언뜻 보기에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내린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관계로 단정짓기 힘들다. 오히려 2000년대 내내 주가와 금리, 둘의 방향은 반대로 가기보다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더 빈번했다. 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에서 주가는 올라섰고,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지거나 경기 침체에 들어서게 됐을 때 금리를 내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 주가는 급락했다. 금리 인하로 위기가 진정되고, 다시 금리를 올릴 체력이 되면 주가는 급등했다. 금리를 성장의 잣대로 이해해 왔던 것이다. 경기가 좋아져 금리가 이를 반영해 상승할 때, 주가도 이에 상승으로 화답했다.

2022년은 2000년대와 달랐다. 1970년대에 가까웠다. 주가와 금리가 동행하기보다,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2022년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까지 치솟자 인플레이션 공포는 극에 달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혹독한 비판에 내몰리게 되자, 파월은 아서 번즈가 아닌 폴 볼커를 자처하게 된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단기간 내에 진행된 금리 급등은 주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좋아져 금리가 올라간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밀려 올라갔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고금리에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 기업 재고는 쌓여가고, 가계도 위축되다 보니 기업이익이 당연히 급감했다. 주식투자는 기업이익의 함수이다.

1970년대도 그러했다. 유가급등이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을 초래했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다 보니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었다. 1979년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가 연방제도 이사회 의장이 되면서 2년 만에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성공한다. 긴축정책이 진행되었던 1980년대 초반 월스트리트는 최악의 시기를 보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진정되고 정책 금리가 내려오기 시작하자 탐욕의 시대라 불리는 1980년대가 열린다. 지난 미국 금융 역사는 말해준다.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사이클에 들어서면 주가가 폭락했고, 금리 상승세가 멈추자 주가가 반등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잡히자 주식시장은 장기 상승세에 들어섰다. 물가가 잡히면, 다시 금리와 주가는 성장으로 연결된다.

2023년 상반기 증시는 강했다. 인플레이션이 주춤해지자 금리 상승이 머지않아 멈출 거란 기대가 형성됐고, 주가는 위로 치솟았다. 하지만 7월 들어 주가는 다시 주춤한다. 임금과 주거비 영향이 큰 근원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니 금리가 더 상승할 거란 불안감이 팽배하다.

나의 내적 외적 체력이 단단하다면 어떤 애인(금리)과도 멋진 연애는 가능하다. 더욱이 애인(금리)의 변덕도 점차 익숙해질 시기가 되었다. 주식투자자는 채권투자자가 아니다. 주가는 기업과 상관도가 훨씬 높다.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기업 실적이 오르면 주가는 오른다. 인플레이션은 회사의 명목 이익성장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회사마다 인플레이션이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변덕스러운 금리 예측보다 기업 스스로의 매력 찾기에 집중할 때가 되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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