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제자리걸음’인데…‘시기상조’ 주장도
[앵커]
하지만 현실에선 신중하자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특히,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선 말기나 임종을 앞둔 환자를 위해 '호스피스'부터 더 잘 갖춰야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현실은 어떤지 계속해서 정새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8년 넘게 재생불량빈혈증으로 고통 받던 권경상 씨.
몇 달 전 혈액암 말기 진단을 받으면서 호스피스 병동을 찾았습니다.
고통스러운 항암치료 대신 다양한 체험 활동으로 일상의 의미를 찾습니다.
["어제 만들었고 (이거는) 해바라기. 저 부채는 이제 첫 주에 내가 와서 만들었고. (정말 멋지게 만드셨어요.)"]
덕분에 일반 병동에 있을 때보다 만족스럽다고 말합니다.
[권경상/호스피스 의료 환자 : "두 달 만에 한 5kg 쪘으니까 많이 좋아진 거죠. 처음에는 이제 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여기서 분위기가 너무 좋으니까 이렇게 많이 살고 있어요."]
하지만 권 씨는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당장 이 병원만 해도 입원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합니다.
[권경란/호스피스 병원 상담실장 : "같은 보호자한테 아침에도 전화 오고 '자리 났나요?' 죄지은 것 같이 참 미안해요."]
입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호스피스 기관은 전국에 89곳.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2018년 이후 제자리 걸음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말기 암 환자 가운데 호스피스 이용자는 4명 중 1명꼴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조력존엄사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습니다.
호스피스 지원을 늘리는 게 먼저라는 겁니다.
또 현실은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만큼 조력존엄사와 함께 '연명의료 거부권'도 폭넓게 인정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윤영호/서울대학교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 : "'의사조력존엄사'의 입법화와 함께 호스피스를 확대하고 취약계층의 말기환자를 위해서 사회경제적 지원과 함께 광의의 웰다잉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력존엄사가 사실상 자살 방조라는 비판도 여전한 상황에서 종교계 역시 반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새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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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배 기자 (newboa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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