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신약 ‘레켐비’ 韓 상륙 준비에 K바이오도 개발 박차

맹준호 기자 2023. 7. 1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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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오젠·日 에자이 공동 개발
FDA 승인 이어 식약처 허가 신청
엔케이맥스 등 한국도 임상 속도전
위탁생산 맡을 삼바 입지도 커질듯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 AP연합뉴스
[서울경제]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한국 상륙을 준비하면서 국내 업계의 치매 치료제 개발 열기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레켐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개발 의지를 자극한 가운데 한국 업체들의 도전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일본 제약사 에자이는 레켐비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를 지난달 제출했다. 레켐비는 에자이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신약이다. 임상 3상 결과 치매 진행을 위약에 비해 27%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해 9월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2주에 한 번 정맥주사로 투약하는 방식이다.

국제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5500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고 2050년에는 환자가 1억 39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질병이지만 레켐비 이전 미 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바이오젠·에자이의 ‘아두헬름’(2021년 6월)이 유일했다. 그러나 이 약은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승인을 거부당하는 등 온갖 논란 끝에 시장에 안착하는데 실패했다. 수십년 간 누구도 완전한 성과를 내지 못한 분야에서 레켐비가 유일하게 돌파구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레켐비는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을 입증했다.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뭉쳐 플라크를 형성하는 게 치매 원인이라는 가설인데 의학계의 수십년간 논쟁 거리였다. 이런 가운데 아밀로이드가 뭉치는 것을 막는 메커니즘의 단일항체치료제 레카네맙이 유효성을 입증하면서 일라이릴리, 로슈 등 다른 제약사들의 유사 연구에도 탄력이 붙었다. 또 다양한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세계 모든 제약기업의 의지를 되살리는 자극제가 됐다.

K바이오도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엔케이맥스(182400)는 16∼2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콘퍼런스(AAIC 2023)에서 정맥 투여 방식의 세포치료제 'SNK01'의 알츠하이머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한다. 회사 관계자는 “레켐비와는 달리 SNK01은 뇌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켜 알츠하이머 증상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 사진 제공=아리바이오

아리바이오는 지난해 11월 경구용 치매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의 미국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하고 올 6월 식약처에 글로벌 임상 3상 계획을 신청했다. 정맥주사가 아닌 먹는 약이이라는 점이 장점이다. 아리바이오 측은 “AR1001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냅스 활성화와 뇌 혈류 강화 등 뇌 인지 기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다중 기전 경구용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젬백스앤카엘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GV1001'에 대해 미국과 유럽 7개국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삼성제약과 국내 임상 개발 및 상업화 권리에 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치매약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최근 “2025년 4월 가동 예정인 송도 제5공장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 블록버스터 신약을 수주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치매 약은 글로벌 수요가 엄청난 만큼 삼바처럼 안정적 대량생산 능력을 갖춘 CMO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치매 치료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미야 키비펠토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알츠하이머 연구센터 교수는 “알츠하이머는 복잡한 장애”라면서 “단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암의 경우처럼 개별화된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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