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그룹, 반란 당시 소규모 핵무기 탈취 시도”
푸틴, 반란 닷새 만에 프리고진 면담…‘또 다른 거래’ 의구심
지난달 러시아 본토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의 핵 시설에 접근해 소규모 핵무기 탈취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그너 그룹의 핵무기 접근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해온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 및 복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지난달 24일 바그너 그룹 반란 당시 용병들의 핵무기 탈취 시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수도 모스크바로 진군하던 반란군 중 일부가 대열을 이탈해 핵무기 저장 시설로 알려진 군사기지 방면으로 향한 사실이 목격자 진술과 뉴스 영상 등을 통해 확인됐는데, 이것이 바그너 용병들의 핵무기 탈취 시도였다는 게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의 주장이다.
대열에서 빠져나온 군용차량 10여대가 향한 곳은 러시아의 핵무기 저장고 중 하나로 알려진 ‘보로네즈-45’ 기지 방면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로네즈-45 기지와 100㎞ 남짓 떨어진 탈로바야 마을까지 바그너 부대가 진출한 정황도 확인됐지만 이후 이들의 행적은 파악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 수장인 키릴로 부다노우 군사정보국장은 당시 바그너 분대가 탈로바야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보로네즈-45 기지까지 도달했고, 러시아의 소형 핵무기를 빼내려 했으나 핵 시설 출입문을 열지 못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소련 시대 소형 핵 장치를 탈취해 반란의 판돈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부다노우 국장이 언급한 소형 핵 장치는 가방에 넣어 이동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인 이른바 ‘핵 배낭’이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 모두 보유하고 있었으나 양국은 1990년대 초 핵 배낭을 모두 제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부다노우 국장은 바그너 그룹의 핵 배낭 탈취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핵 배낭을 제거하지 않고 따로 보관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로네즈-45에 핵 배낭이 보관돼 있다고 해도 바그너 그룹이 핵 시설의 보안 장치를 뚫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부 인사들은 바그너 그룹의 탈취 시도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애덤 호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어느 시점에서 핵무기나 관련 물질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사진)이 바그너 그룹 사령관들을 반란 닷새 만에 크렘린궁으로 불러 만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소요의 전모를 둘러싼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이날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오른쪽)을 비롯해 바그너 사령관 35명을 지난달 29일 크렘린궁으로 초대해 3시간 동안 면담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 안보 전문가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반란을 ‘배반’이라고 비판한 푸틴의 강경한 발언은 러시아군을 겨냥한 것으로, 이 반란에 동참하지 말라는 경고일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푸틴은 프리고진과 또 다른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크렘린궁 발표는 프리고진이 살아남았다는 것을 러시아 엘리트들에게 알리는 신호”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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