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급행’ 도맡은 9호선, ‘지옥철’ 못 벗어나

유경선 기자 2023. 7. 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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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소사선 개통 열흘째
김포공항역 출근길 풍경
지난 4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일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 개통으로 김포공항역은 5개 노선이 지나는 환승역이 됐다. 연합뉴스
서해선 연결 한 주 만에 이용객 26% 증가…‘콩나물 열차’ 심각
서울 외곽~강남 이을 광역교통망 없이 증편·증차는 미봉책

경기 고양 대곡역과 부천 소사역을 잇는 서해선(대곡소사선)이 지난 1일 개통한 지 열흘이 지났다. 국내 최초로 5개 노선(5호선·9호선·공항철도·김포골드라인·대곡소사선) 환승역이 된 김포공항역은 출퇴근 시간대마다 극심한 혼잡에 시달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열차 증편·증차 대책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혼잡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 교통 분야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1일 오전 8시를 조금 넘은 시간 김포공항역 9호선 중앙보훈병원행 열차 승강장에는 스크린도어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출입문에만 50명 넘는 승객이 줄선 곳도 있었다.

급행열차 탑승 현장도 치열했다. 급행열차임을 알리는 안내음이 울리자 사람들은 스크린도어에 바짝 붙어섰다. 직전 급행열차를 놓쳤다는 류모씨(31)는 “늘 붐빈다. (대곡소사선 개통 이후) 그러려니 하고 타야 한다”고 했다. 열차 내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가양역에서 승객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한숨과 신음이 터져 나왔다.

대곡소사선 개통에 따른 9호선 혼잡은 예견된 일이었다. 개통 후 첫 출근일이던 지난 3일 김포공항역 이용객은 한 주 전에 비해 26.1% 늘었다. 서울시는 혼잡도 개선 대책으로 급행열차와 일반열차를 이달 말 1회씩 늘리고 신규 전동차 48칸(6칸씩 8편성)을 연내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김포공항역 상황은 9호선 2단계(신논현~종합운동장역) 구간이 개통했던 8년 전 모습의 ‘데자뷔’라는 말도 나온다. 2015년 당시 9호선 평균 혼잡도는 240%로, 서울시는 열차 증회 운행과 전동차 추가 투입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이후에도 9호선 평균 혼잡도는 200%를 넘어서곤 했다.

열차 내 혼잡도는 차량 편성 대비 승차인원으로, 9호선은 현재 6량 열차에 922명이 탑승한 경우를 100%로 산정한다. 9호선은 사실상 정원의 2배 이상이 승차를 하는 셈이다. 9호선이 ‘지옥철’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교통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도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본다. 강남 집중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9호선이 서울 외곽과 강남을 ‘급행’으로 연결하는 간선 역할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민재홍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은 “서울의 철도 네트워크가 길어진 데 비해 속도 경쟁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9호선 급행 선호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도시계획과 9호선 설계가 맞물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포한강신도시 인구가 급증한 데 비해 광역교통망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포골드라인 실패가 대표적이다. 앞으로도 대장홍대선·신안산선 등 9호선과 연결되는 신규 노선들이 계획돼 있다.

9호선 급행열차를 줄이고 일반열차를 늘리는 방안도 제기된다. 실제로 급행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안전을 위해 일반열차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방송도 나온다. 반응은 싸늘하다. 직장인 정모씨(32)는 “급행을 타는 시민들의 니즈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1~2분 환승 차이가 10~20분 차이를 만드는데 너무나 일차원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수도 “소비자의 선택 행위가 무시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광역교통망 구축을 도시계획과 연계하지 않으면 ‘제2의 9호선’ ‘제2의 김포공항역’ 탄생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손기민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되면 서울역·여의도역·삼성역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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