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보다 재밌는 아트페어… ‘예술놀이터’로 진화하다

김신성 2023. 7. 1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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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맞는 ‘어반브레이크 2023’
MZ세대·키덜트 ‘힙한’ 행사로 자리
부스 나열 탈피 ‘빌리지형 공간’ 조성
AI 아티스트 첫 공개 예술 확장 구현
박태준 전시 등 만화가들 약진 눈길
13일부터 나흘동안 코엑스서 열려

‘워터파크보다 재미있는 예술축제’ 어반브레이크(URBAN BREAK) 2023이 13∼16일 나흘 동안 서울 코엑스(COEX) B홀에서 열린다. 국내외 350명의 작가와 45개 갤러리가 3000여 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4회를 맞는 어반브레이크는 MZ세대(199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과 키덜트(kidult)들의 ‘힙한 문화 행사’로 급성장세다. 2020년 아시아 최대 어반&스트리트 아트페어로 첫선을 보여 자유분방함이 넘치는 그래피티와, 피규어 아트토이, 현대미술이 결합해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1년 관람객 수 4만명, 2022년에는 5만명을 돌파했다. ‘또 하나의 아트페어’가 아닌 새로운 문화시장, ‘예술 놀이터’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크레이지 익스피리언스’(Crazy Experience). 파격적인 연출로 혁신적인 도전에 나섰다. 부스가 나열된 큐브형 전시 공간에서 벗어나, ‘빌리지형 공간’을 꾸민다. 6개의 특별전을 마련,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예술 체험을 유도한다. 어반브레이크가 직접 제작한 인공지능(AI) 아티스트 ‘패즐로(PZLO)’도 처음 공개해, 관객참여형 환경 프로젝트 등을 선보이며 AI를 통한 예술의 확장을 구현한다.
어반브레이크 2023에서는 국내 최초로 ‘라이브 그래피티 배틀전’이 열린다. 거리 예술가들의 한판 승부를 직관할 수 있다. 어반브레이크 제공
특별전들은 화려하게 짜여있다. 네오밸류가 내놓은 소장품 ‘카우스 컬렉션’전을 비롯해 국내 최정상 아트토이 작가 쿨레인, 업템포, 토베이, 아마즈, 하종훈이 참여하는 ‘아트토이 특별전’, 힙합 50주년을 맞이해 미국의 그래피티 뮤지엄과 공동기획한 ‘Art of Hip Hop’(아트 오브 힙합) 특별전 등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카우스 컬렉션전은 증강현실(AR)·AI 기업 알비언과의 협력을 통해 110여 점의 작품을 AR기술로 선보여 한층 더 실감나는 디지털 전시를 선보인다.
AI 아티스트 ‘패즐로(PZLO)’. 어반브레이크 제공
행사기간 팝스타 리한나의 뮤직비디오를 작업한 비모던, 토요타 등과 협업한 제이슨 네일러, 12세 천재 아티스트 니콜라스 블레이크 등이 내한한다.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야심작은 국내 최초로 열리는 ‘라이브 그래피티 배틀.’ 거리 예술가들의 자존심을 건 한판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신나는 디제잉과 함께 90분 동안 스트리트 아티스트팀들의 열정과 재능을 현장에서 직관할 수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그래피티는 거리의 낙서로 여겨져 예술 대우를 받지 못했지만 세계적 거장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 등의 영향력으로 미국 뉴욕 등에서는 이미 주류 예술로 진입, 대세를 형성했다. 2020년 제1회 어반브레이크 때 얼굴없는 예술가이자 거리예술의 대가인 뱅크시의 원화를 국내 최초로 전시한 배경이다.
웹툰 작가 박태준의 ‘외모지상주의’. 어반브레이크 제공
웹툰 작가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서브컬처(하위문화)로 분류되던 만화가들의 약진은 어반브레이크의 신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방송인으로 알려진 기안84가 참가했고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된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이 팝아트 작품으로 출품됐다. 올해는 웹툰 작가 박태준의 ‘외모지상주의’전을 마련해 주호민, 기안84, 이말년 등이 재해석한 외모지상주의 인물에 대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어반브레이크 오픈콜’도 챙겨볼 만하다. 학력 불문, 나이 제한 없이 선정하는 코너로,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교류하는 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SXSW)나 시카고에서 연 2회 열리는 ‘컴플렉스콘’이 롤모델이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에 점수를 주는 ‘오픈콜’에는 40팀이 선발됐다. 3회의 심사를 거쳐 뽑힌 작가들이다.
카우스의 아트토이 ‘컴패니언’. 어반브레이크 제공
장원철 어반브레이크 대표는 “젊은 작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꿈의 무대’로 알려져 올해는 1000여 명이 지원했다”고 말한다. 전시 기회가 많지 않은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데뷔의 장을 마련해 작가로 성장시키는 보람도 크단다. 향후 아티스트들과 수집가들이 함께 모여 교류하는 플랫폼과 아티스트 IP(지적재산권) 기반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IT 기업을 운영하다 3년 전 어반브레이크의 모태인 ‘어반 컴플렉스’를 창업했다. 그래피티의 파급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어반브레이크는 현대미술 시장의 미술장터와는 결이 다르다”고 강조하는 그는 “미술품을 사고파는 장을 넘어 ‘미술 문화를 즐겁게 체험하는 행사’인 만큼, 단순히 보는 전시가 아니라 누구나 참여하고 경험하는 자리”라고 설명한다.

“부스마다 색다른 주제와 스토리가 담긴 작품들이 반겨줄 것입니다. 기발하면서 독창적이고 신선한 작품들과의 직접 대면, 기대하세요.”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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