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열에 ‘금품 전달’ 전 비서실장 “승진하려면 구청장에 돈 줘야”
공소장에 구체적 표현 담겨
유 전 구청장, 혐의 전면 부인
승진을 대가로 구청 직원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유덕열 전 서울 동대문구청장(사진)이 최근 검찰에서 전 비서실장 A씨와 대질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해 말 뇌물 혐의 등으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공소장에는 “승진하게 도와달라” “구청장께 잘 전달하겠다”와 같은 금품 수수 당시 당사자들 사이에서 오간 구체적인 표현들이 담겨 있었다.
1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신대경)는 지난달 26일 유 전 구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A씨와 대질조사를 벌였다. 유 전 구청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A씨는 구청장 지시로 직원들에게 받은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유 전 구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유 전 구청장은 지시나 금품 수수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양측은 대질조사에서도 이 같은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11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A씨의 공소장을 보면, 2013년 무렵 동대문구청에서는 ‘서기관 및 사무관 승진자는 사실상 구청장의 뜻대로 정해진다’며 ‘승진을 하려면 비서실장을 통해 구청장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 같은 ‘승진 청탁’ 소문을 접한 동대문구청 직원이 2013년 12월 “사무관으로 승진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A씨에게 5만원권 600장, 합계 3000만원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봤다. 공소장에는 ‘이 돈을 받은 A씨는 해당 직원에게 “구청장께 잘 전달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답했다’고 적혀 있다.
유사한 청탁은 2019년 1~2월에도 있었다. 검찰은 그 무렵 또 다른 동대문구청 직원이 사무관으로 승진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결재판 속에 5만원권 100장이 든 흰색 봉투 2개를 넣어 전달했고, A씨가 이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이처럼 A씨가 유 전 구청장과 승진을 원하는 동대문구청 직원 사이에서 전달책 역할을 했다고 봤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3월 유 전 구청장을 뇌물수수, 업무상횡령, 직권남용, 지방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유 전 구청장은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유 전 구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강연주·김희진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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