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화장실 쓰게 해달라” 日트랜스젠더, 정부 상대 소송 이겼다
호적(戶籍)상으론 남성이지만 본인의 성(性) 정체성은 여성인 일본인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직장인 정부 부처를 상대로 “여자 화장실 사용 제한을 없애 달라”고 요구한 소송에서 이겼다. 이 직원의 여자 화장실 사용을 제한한 일본의 인사원(우리나라의 인사혁신처) 조치는 ‘위법’이라고 일본 최고법원(우리나라의 대법원에 해당)이 판결한 것이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날 일본 최고법원은 트랜스젠더 직원의 여자 화장실 사용을 제한한 정부의 행위는 위법이라고 판결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일본에서 성적 소수자의 직장 환경과 관련한 최고법원의 첫 판결이다. 법률상 성별(性別)과 무관하게 본인이 인지하는 성 정체성에 따른 대우를 받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다.
50대 직원인 원고는 생물학적으론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경제산업성에 입사한 이후 성 정체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본인을 여성으로 인지하는 이 직원은 건강상의 이유로 성전환 수술을 받진 않았다. 일본에선 법률상 성별을 바꾸려면 성전환 수술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2010년 이 직원은 직장 상사와 상의해 여성 복장으로 근무했고, 사무실에서는 여성 직원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 문제는 여자 화장실 사용과 관련해 경제산업성 측이 ‘다른 여성 직원을 배려한다’는 명분으로 해당 층의 여자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대신, 근무 층에서 두 층 떨어진 여자 화장실을 쓰도록 한 것이다. 트렌스젠더 직원은 인사원에 경제산업성의 제한을 철폐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2015년 ‘문제없다’는 답을 받자, 인사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도쿄지방법원(1심)은 여자 화장실 사용 제한을 ‘불법’으로 판결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2심에선 ‘합법’으로 판결이 뒤집혔다. 이를 3심이 다시 뒤집은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최고법원은 ‘본인이 스스로 인지하는 성별에 따라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개인의 중요한 법적 이익’이라는 원고의 입장을 수용했다”며 “경제산업성은 이 직원에게 여자 화장실 사용 제한을 폐지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사용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판결이 엇갈리는 논쟁거리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2017년 위스콘신주에 사는 트랜스젠더 남성이 ‘고등학교에서 남자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해당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21년 버지니아주에서도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 트랜스젠더 남성의 학교 내 남자 화장실 사용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플로리다주에서는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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