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군기 EEZ 비행에 연이틀 “대응 행동”…김여정 또 “대한민국”, ‘투 코리아’ 전략?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이 11일 미국을 향해 “반복되는 무단침범 시에는 미군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할 것”이라고 재차 위협했다.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에서의 비행이 주권 침해라는 주장인데, 합동참모본부는 “상공 비행 자유가 있는 곳”이라며 정상적 비행이라고 일축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새벽 담화에서 “지난 10일 미 공군 전략정찰기는 5시15분부터 13시10분까지 강원도 통천 동쪽 435㎞ 경상북도 울진 동남쪽 276㎞ 해상 상공에서 조선 동해 우리 측 경제수역 상공을 8차에 걸쳐 무단침범하면서 공중정탐행위를 감행하였다”며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군의 대응행동을 이미 예고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군부는 또다시 ‘한·미의 정상적인 비행 활동’이라는 뻔뻔스러운 주장을 펴며 우리 주권에 대한 침해 사실을 부인해 나섰다”며 “해당 공역과 관련한 문제는 우리 군과 미군 사이의 문제다. ‘대한민국’의 군부 깡패들은 주제넘게 놀지 말고 당장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EEZ는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경고와 합참의 반박은 이틀째 반복되고 있다. 특히 김 부부장의 담화는 전날 밤에 이어 약 9시간 만에 나왔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전날 오전 미군이 ‘영공’을 침해했다며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 동해상에 격추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합참이 “통상적 정찰 활동”이라고 반박하자, 김 부부장은 같은 날 오후 9시쯤 담화를 내고 ‘영공’ 표현은 뺀 채 미군이 ‘해상분계선 상공’과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며 “분명하고도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위임’에 따라 반복하여 경고한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성과 김 부부장이 같은 사안에 대해 모두 담화를 낸 것은 단순한 경고를 뛰어넘어 실제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김 부부장이 ‘위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그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동해 경제수역과 관련한 경제주권, 해양권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미 정찰기의 경제수역 내 정찰 활동에도 제동을 걸기 위한 목적도 내포된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오는 27일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두고 한·미가 대북 안보 결속을 강화하고 있어 이를 경계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7월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하는 북한은 역내 긴장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면서 군사도발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성준 실장은 “EEZ 상공에서의 비행을 빌미 삼는 건 내부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고 도발 명분을 축적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2차례 담화에서 한국을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표현했다. 10일 담화에서는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등으로 표현했고, 11일 담화에서는 “《대한민국》의 군부”라는 문구를 썼다. 대한민국에는 강조의 의미를 담는 겹화살괄호(《》)를 사용했다. 북한은 김 부부장 등 공식 담화나 주요 매체에서 ‘대한민국’ 또는 ‘한국’이라는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한국을 보통 ‘남조선’으로 표현해왔고, 비난할 경우에는 ‘남조선 괴뢰’ 등으로 지칭했다. 한국을 우리 민족 또는 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통일부도 북한이 공식 담화나 성명, 입장 발표에서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으로 파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가 대 국가 관계를 명확하게 각인시키려고 일부러 쓴 표현”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 ‘대한민국’이란 용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 구상이 설정하고 있는 민족 특수관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새슬·박은경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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