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구조화’ 시사한 오세훈 시장 “직주 혼합·녹지 늘릴 것”
오 시장은 익숙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시정 현안을 강하게, 때로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날 만남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이뤄진 일간지의 첫 단독 인터뷰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슬로건이 ‘동행·매력특별시’인데, 지난 1년 간 서울의 ‘매력’과 ‘동행’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는지.
“이제 론칭(사업 착수) 단계다. 그리고 매력·동행이 아니라 동행·매력이다. 순서가 굉장히 중요하다. 10년 전(오 시장 1, 2기 때)엔 매력이 앞에 있었다. 도시경쟁력을 굉장히 강조했다. 당시에도 ‘그물망 복지’라는 걸 굉장히 열심히했다. 그런데 도시경쟁력 얘기를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한 복지 전문가가 저보고 ‘복지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사람들이 그물망 복지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잘 기억 못 한다. 굉장히 억울해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동행이 우선순위다. 순서도, 이름도 제가 직접 정했다. 10년 간 야인으로 지내면서 선진국과 후진국을 두루 다니며 느낀 건 ‘정치를 하는 사람은 약자를 보호하는 데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에는 머리로만 알았다면 이젠 가슴으로 알게 됐다. 시장직에 복귀한 뒤 모든 정책의 초점이 약자와의 동행에 맞춰져 있다. 심지어 매력, 즉 도시경쟁력을 추구하는 이유는 그걸로 돈을 벌어서 동행에 쓰기 위해서라고 설명할 수 있다. 서울의 경제가 살아나면서 나오는 여러 재원을 갖고 약자와의 동행을 충실히 하기 위해 도시가 발전해야 하는 것이지,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려고 도시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논리구조가 그렇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강남 집값 상승을 계속 억제하겠다’고 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봐야 하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강남은 처음 밑그림을 그릴 때 지금보다 녹지·공원을 두 배 이상 만들었어야 했다. 걸어서 10~20분 거리에 공원을 많이 배치해 생활 속에서 녹지를 느낄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했어야 했다. 상업지역도 테헤란로 양측을 예로 들면 문을 열고 들어가야 커피숍을 이용할 수 있는데, 그렇게 설계하면 안 됐다. (일본 도쿄의) ‘코리도 거리’처럼 보도 부분이 건물 1, 2층으로 파고들어가게 만들고 녹지 공간을 많이 둬야 하는데, 우리는 건물주 입장에서 1층의 가치가 제일 높기 때문에 그렇게 배치하기가 어렵다. 강남을 보면 가로세로 격자로 구획은 잘 해놨지만 보행자가 느낄 수 있는 정취가 전혀 없다. 그러면 서울 대개조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 직주(직장과 주거지)를 혼합하고 큰 틀에서 ‘비욘드 조닝’(복합용도지역)을 적용해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출퇴근과 쇼핑,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그런 도시를 만들면 차량 이용을 억제하려는 별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 문제도 관심사다. 올해 하반기에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는데.
“저출생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단기적으로 대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한다는 각오로 하나씩 실행 중이다. 저출생 대책 1탄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2탄으로는 난임부부, 임산부, 다자녀 가정 등 대상별 맞춤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산모 산후조리경비 지원,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난자동결 시술 비용 지원 같은 정책은 사업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시민 요청이 많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보다 구체적인 평가를 위해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평가하기 위한 일명 ‘출산양육행복지수’도 개발 중이다.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지면 이민정책과 외국인가사도우미 정책 등도 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 외국인 관광객 3000만 시대’를 목표로 설정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이번에 시료를 체취할 때 서울시는 참여를 안 했다. 원래 조사는 서울시, 환경부, (마포)구청,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노웅래의원실 등 4자가 한국환경공단에 맡겨서 했는데 (불소 검출량이) 경계 기준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의원실이 분석기관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선 넘었다는 것이라서 신뢰의 문제가 있다. 또, (기사에서 쓴) 토양오염우려기준(㎏당 400㎎)을 넘겼다고 해서 건강에 위해가 있다는 건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토지의 성상이나 역사에 따라 기준이 다른데, 우리 직원들은 (㎏당) 800㎎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하더라.
과거 원지동 추모공원 조성을 두고 저항이 매우 심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지역 주민들조차 해당 시설이 거기 있는지도 모르고 있고, 매우 잘 이용되고 있다. 상암동 신규 소각장도 마찬가지다. 10년 지나면 그렇게 될 것이다. 지금 반대하는 분들은 서울시를 믿으셔야 한다. 신규 소각장이 만들어지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존 소각장을 철거할 것이다. 강동구가 원래 예정지였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폐기물 차량이 강변북로를 통해 들나들도록 설계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차량을 보거나 냄새를 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달 초에도 서울시 인사가 있었다. 인사 철학이나 소신에 대해 설명한다면.
“‘인센티브’, 즉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사람이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구성원이 저마다의 자유와 창의로 능력을 발휘하고, 그 노력과 성과에 정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개인과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저와 시 직원들은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는 ‘선도자’의 자세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창의행정’을 체화해 가고 있다. 창의 사례 1호로 선정돼 이달부터 시행 중인 ‘지하철 10분 내 재승차시 환승 적용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런 창의행정을 독려하고자 시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먼저 이야기하고 시도하는 직원을 과감히 중용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 또, 연공서열 중심의 성과평가 체계를 개선해 직원들의 업무 효능감을 높여갈 생각이다.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성과를 제대로 평가해주는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겠다.”
김주영·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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