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야 하나”…강세장에도 美 증시 투자자들이 불안한 이유 [뉴스+]

조성민 2023. 7. 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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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수익률 역전 현상 심화”…WSJ, 뉴욕증시 불안요인 꼽아
이번주 6월 CPI 발표·2분기 기업실적 주시…투자자들 관망세
씨티그룹, 미국 주식 투자 의견 ‘비중확대’→‘중립’으로 내려
미국 뉴욕증시가 올해 들어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경기침체 등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며 ‘서학개미’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금리 인상과 지역 은행 위기 등 여러 리스크를 거치면서도 올 상반기 뉴욕증시 S&P 500 지수는 지난해 10월 저점으로부터 20% 이상 상승하는 강세장에 진입하며 예상외의 호조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지금까지 투자자 불안이 대체로 잘 억눌려왔다”면서도 “지난주 미국 경제와 관련한 데이터가 나온 뒤의 주가 하락과 채권 수익률 급등은 현 강세장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 시장 분위기에 대해 “포모(FOMO) 기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고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는 상승장에서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된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WSJ가 꼽은 5가지 ‘리스크’

WSJ은 뉴욕증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사유를 5가지로 정리했다.

첫번째는 이번주 시작되는 2분기 어닝 시즌(기업실적 발표 기간)에 기업들의 어려움이 드러날 전망이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은 2분기에 7.2%의 수익 감소를 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순이익률도 전분기 대비 소폭 하락한 11.4%로 예상돼, 2021년 최고치인 13%보다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들로서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가운데 가격을 올려야 하는 동시에 금융 비용은 상승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국채 수익률 곡선의 역전 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미국 채권시장은 1년 전 지속해 경기침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고, 최근 그 경고음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년물 아래로 떨어진 이후 국채 수익률 곡선의 일부가 지속해 역전됐다. 지난주 10년물 수익률은 2년물보다 1.08%포인트 하락해 1981년 이후 가장 큰 마이너스 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국채 수익률 곡선을 경제 건전성의 지표로 본다. 곡선이 역전되면 채권 거래자들로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단기적으로 금리를 높게 유지하지만, 나중에 경제를 소생시키려면 금리를 인하하리라는 쪽에 베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글로벌 증시 역시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미국 이외 시장은 올해를 전망이 밝은 가운데 출발했고, 특히 중국의 코로나19 규제 해제에 따른 소비 확대가 중국 안팎의 성장을 촉발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비등했다. 하지만 낙관론은 곧 시들해지면서 올해 홍콩 항셍지수는 하락했으며, 상하이종합지수는 3.5% 상승에 머물렀다.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은 5.4% 상승에 그쳤다.

네 번째는 고금리로 인한 문제가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가장 안전해 보이는 부분도 금리가 오르면 취약점을 보이는데, 그 첫 번째 경고가 지난해 가을 금리 상승에 따른 영국 채권 및 통화 시장의 혼란 촉발이다. 이어 실리콘밸리은행이 부분적으로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큰 손실을 기록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붕괴했다. 최근에는 영국 최대 수도회사 ‘템스워터’가 막대한 채무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전문가 대상의 지난달 도이체방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00명 중 거의 모두가 더 높은 금리가 더 많은 ‘글로벌 사고’를 유발할 것으로 볼 정도로, 많은 투자자는 다음 이슈를 주시하는 실정이다.

마지막은 미국 주식 포지셔닝에 따른 변화다. 올해 초 시장 참여를 하지 않고 지켜보던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 개인투자자들이 퀀트펀드에 합류하는 식으로 매수를 하고 있다. 퀀트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른 계량적 투자모델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을 추구한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러한 매수가 그들의 미국 주식시장 포지셔닝을 기술 부문 중에서 특히 소프트웨어 및 반도체 회사들 위주로 거의 18개월 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이는 미국 주식을 급격한 반전에 특히 취약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증권 거래소 모습. AFP연합뉴스
◆이번주 물가 지표와 실적 발표 앞둬

뉴욕증시는 이번 주 예정된 물가 지표와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소폭 올랐다.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09.52포인트(0.62%) 오른 33,944.4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58포인트(0.24%) 상승한 4,409.53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4.76포인트(0.18%) 뛴 13,685.48로 장을 마감했다. 3대 지수는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세로 4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투자자들은 12일 예정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대체로 관망세를 보였다.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거의 90% 수준으로 높아졌다. 시장은 연준이 7월 이후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를 이번 물가 지표를 통해 가늠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WSJ)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6월 CPI가 전월보다 0.3% 오르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올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달의 0.1% 상승과 4.0% 상승과 비교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오르고, 전년 대비 5.0% 올랐을 것으로 예상돼 전달의 0.4% 상승과 5.3% 상승과 비교하면 매우 더디게 둔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상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이 나온다면 연준은 7월 이후에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 당국자들의 긴축 발언은 계속됐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대담에서 “인플레이션을 지속 가능한 2%로 낮추기 위해 올해 남은 기간 두 번 더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2%로 적시에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연준 금리가 현 수준에서 약간 더 오른 후, 그 수준을 한동안 유지하면서 경제가 어떻게 진전되는지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번 주에는 JP모건, 씨티그룹, 웰스파고, 블랙록 등을 시작으로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도 본격 시작된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지수에 상장된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 2분기(-31.6%) 이후 가장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분기 실적은 하반기로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용과 소비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예상보다 실적 낙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씨티의 전략가들은 올해 상반기 강한 증시 반등을 고려해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또한 S&P500지수가 연말까지 9%가량 밀린 4,00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 시장에 대한 낙관론과 경계론이 여전히 맞서고 있다. 일부 뉴욕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연준이 예상만큼 긴축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BTIG의 톰 디 갈로마 매니징 디렉터는 마켓워치에 6월 헤드라인 CPI는 3% 근방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근원 CPI는 5%로 떨어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낮아지고 있으며, 수요일 나올 수치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이달에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런 후에 올해 남은 기간에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동결을 예상했다. 

LPL 파이낸셜은 시장이 기술 부문이 과매수 상태라 “약간의 조정 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도 “하반기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 6월에 기술주의 강세가 약화한 반면, 산업과 임의소비재가 랠리에 동참했다며 표면 아래에서는 확실히 순환되는 흐름이 있으며, 이는 강세장에서 보고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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