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중립국’ 스웨덴도 나토 회원 된다
북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비회원국으로 남아 있던 스웨덴의 나토 진입 장벽이 허물어졌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고 버티던 튀르키예가 10일(현지 시각)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조속히 처리하기로 최종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스웨덴은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을 했고, 7월부터 실무적인 가입 절차를 밟았지만 회원국인 튀르키예의 반대로 1년 넘게 가입이 미뤄져 왔다. 핀란드는 지난 4월 먼저 정식 회원국이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날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만나 이와 같은 내용의 합의안을 공동성명으로 발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로써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위한 당면 과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본다. 튀르키예 정부가 조만간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전달하고, 의회가 이를 비준하면 (행정적 절차를 거친 뒤) 스웨덴은 나토 정식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가 새 동맹국을 받으려면 30여 기존 회원국 의회 모두가 새 동맹국의 이름이 포함된 나토 헌장을 비준해야 한다. 나토는 당초 지난달까지 비준 절차를 모두 마무리짓고, 스웨덴을 이번 정상회담의 새 회원국으로 맞으려 했다. 튀르키예는 그러나 스웨덴 내의 반(反)튀르키예 시위를 스웨덴 정부가 옹호한다며 비준을 거부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튀르키예의 양보를 기대하지 말라”고 했고, 심지어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 길을 열어달라”는 추가 요구까지 내밀었다.
결국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적극 돕겠다”는 약속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도 터키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F-16 전투기 판매에 대해 다시 한번 긍정적 입장을 전달했을 것”이라며 “에르도안이 타국의 나토 가입을 빌미로 또 ‘벼랑 끝 협상’을 벌여 이득을 챙겼다”고 분석했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5월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 의사를 밝혔을 때도 줄곧 반대하다,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6월 28일 극적으로 양국의 나토 가입 절차 개시에 동의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대신 자국에 피신한 반튀르키예 인사 100여 명을 송환한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1814년부터 200년 이상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유지해온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에 상당한 압박이다. 러시아의 대서양 진출로 역할을 해온 발트해가 모두 나토 회원국에 둘러싸이며 ‘나토의 내해(內海)’가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발트 함대’의 본거지인 군사 요충지 칼리닌그라드(러시아령)가 나토에 완전 봉쇄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날 새 ‘유럽 방위 전략’에 대한 합의도 이끌어내며 대러 압박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를 적국(敵國)으로 상정, 북극부터 남유럽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러시아의 위협에서 보호하는 육·해·공 통합 방위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한편 올해 회의엔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4국 정상이 2년 연속 초청국 형식으로 참여한다. 주요 외신들은 “나토가 러시아와 중국 등 독재·권위주의 진영에 맞서는 국가들의 모임으로 변화하며 이들 국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나토 회원국과 일본의 안보 협력을 대폭 강화하는 ‘일본과 나토 국가 간 적합동반자협정(ITPP)’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당초 추진해온 나토 도쿄 사무소 설치는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이는 중국과 관계를 중시하는 프랑스가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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