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상어주의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죠스>는 1975년에 나왔다. 당시 미국에서만 2억60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워 ‘블록버스터’라는 말을 처음 등장시킨 작품이다. 미국 동부 섬마을 바닷가에 상어가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하는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렸는데,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존 윌리엄스의 주제곡도 상어에 쫓기는 듯 긴박하고 서늘한 공포를 자아내며 한몫했다. <죠스>를 접하고 나서 상어를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스필버그는 이 영화에서 상어의 공격성이 과장된 탓에 상어 남획이 이어진 것은 지금까지도 후회스럽다고 했다.
국내에서 상어는 예로부터 식용·약재용·장식용으로 널리 쓰였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상어가 전국 45개 고을의 토산물로 기록돼 있다. 잔칫상·제사상에 올리는 귀한 생선으로 대접한 지역도 있고, 찜·회·산적 등 다양한 요리가 나왔다. <동의보감>은 물고기를 먹고 중독됐을 때 상어 껍질을 태운 재를 물에 타 먹으면 된다고 했다. 말린 상어 가죽은 부채 손잡이나 칼자루를 감는 데 사용됐다.
피서철 동해안에 공격성 강한 상어 출현이 부쩍 잦아지며 상어주의보가 켜졌다. 지난 8일 경북 포항 인근에선 2~3m 크기 청상아리가 발견됐고, 근 한 달 새 강원·경북 해안에서 상어 10여마리가 출몰했다. 지난달 23일엔 강원 속초 앞바다에서 <죠스>와 같은 백상아리가 포획됐다. 백상아리와 청상아리는 성질이 난폭해 사람까지 공격하는 ‘포악 상어’로 꼽힌다. 속초시는 속초·등대·외옹치 등 3개 해수욕장에 상어 진입을 차단하는 그물망을 설치했다. 포항시는 수상오토바이에 연결해 전류를 쏘는 상어 퇴치기를 해수욕장마다 배치했다.
1959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상어 공격 피해는 사망 6명, 부상 1명이다. 모두 서해에서 일어났고, 백상아리였고, 해녀나 잠수부가 습격받은 게 다수였다. 그런데 이젠 동해로 바뀌었다.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열대·아열대 지역의 따뜻한 물에 사는 백상아리와 청상아리가 수온이 예년보다 높아진 동해로 북상했다는 것이다. 수온이 오를수록 동해안 상어는 더 늘어난다고 한다. 기후위기가 일상의 위험을 하나 더 보탰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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