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혐의 김성태 “이재명과 3차례 만남 추진… 성사는 안돼”
이재명·이화영 측은 쌍방울 대북송금 연루 의혹 전면 부인
800만 달러 대북송금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11일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세 차례 만나려고 했으나 모두 불발됐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과 관련해 법정에서 진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회장과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추진됐었다는 주장도 이날 처음으로 나왔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오후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사건 3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말했다.
그동안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김 전 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북한 측과 나노스가 짜고 주가조작했다는 등 저희 회사 명예가 너무 안 좋아져, 법정에 나와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김 전 회장은 특히 유력 대권 후보이자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와 여러 차례 만남을 추진했다는 내용을 자세하게 밝혔다. 그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이 대표와의 만남은 △2019년 9월 2회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이후 △2020년 11월 △2021년 7∼8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시점 등 세 차례에 걸쳐 추진됐다.
김 전 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2019년 9월 이화영 당시 부지사를 통해 도지사 관사에서 이재명을 만나기로 약속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9월인지 날짜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도지사(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의 동행 방북 확답을 얻고자 만나려고 한 것이냐’는 질문에 "네. 현재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마무리 지으려고 그랬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 당시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전화해서 약속 잡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전 회장은 "당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의 두 번째 만남이 2020년 11월 다시 추진됐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로 북과의 관계가 단절됐고, 이화영 주선으로 도지사를 만나기로 했느냐’는 검사 질문에 "그렇다. 방북이 다 안 되고 북한과 미국 관계도 나빠지고 해서 (도지사) 얼굴이라도 봐야겠다 싶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당시에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김 전 회장이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등의 악의적인 방송 내용이 나가면서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김 전 회장은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비서인가 누군가 전화 와서 다음에 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2021년 7∼8월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시점에도 이 대표와 만남이 추진됐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의 당시 선거 캠프에 후원금을 기탁한 뒤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이 대표와 만남을 추진했으나, 같은 해 8월 이 대표에 대한 쌍방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쌍방울이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사 수임료를 대신 지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실제 만남은 불발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주변인들에게 부탁해 이 대표의 선거캠프에 약 1억8000만원 내지 2억원 정도를 후원했고 비서진도 ‘고맙다’고 했다고 한다"며 "경기도지사 관사에서 이 대표를 보기로 했는데,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제기되자) 이화영 전 부지사로부터 약속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도 △2019년 5∼6월 △2020년 1월 △2020년 1∼2월 등 세 차례 만났으며, 김 전 부원장 역시 ‘쌍방울 대납’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북한에 500만불을 건넨 이후인 2019년 5∼6월쯤 이화영 소개로 한 식당에서 김용을 만났다"며 "저에게 ‘여러 가지로 고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의 주장과 달리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 김 전 부원장은 모두 쌍방울 대북송금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북송금 의혹이 불거지자 "소설, 어불성설"이라며 일축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800만 달러(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당시 경기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를 건넨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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