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첫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일부 혼선도(종합2보)

이재영 2023. 7. 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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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께 구로·동작·영등포 일부 동에 발송
첫 발송 기술적 문제로 실패…낯선 용어에 헷갈렸단 지적도
빗물에 잠긴 도림천 산책로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집중호우가 내린 1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도림천 산책로가 빗물에 잠겨 있다. 2023.7.11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1일 오후 4시께 서울 동작구 상도·상도1·대방·신대방동, 영등포구 신길·대림동, 구로구 구로동에 '극한호우'를 알리는 긴급재난문자가 처음으로 발송됐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1시간에 72㎜ 이상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문구는 "15:48 동작구 신대방제1동 인근에 시간당 72mm 이상 강한 비로 침수 등 우려, 안전확보를 위한 국민행동요령 확인 바람 cbs.kma.go.kr"이었다.

신대방동 기상청 서울청사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을 보면 이곳에는 오후 2시 48분부터 오후 3시 48분까지 1시간 동안 72.5㎜ 비가 내렸다. 같은 시각 기준 이전 3시간 강수량은 80.5㎜였다.

이곳은 작년 8월 8일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1시간에 141.5㎜ 비가 쏟아진 곳이다. 이는 서울 시간당 강수량 비공식 최고 기록이다.

[그래픽] 호우 재난문자 발송 개요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11일 오후 4시께 서울 동작구 상도·상도1·대방·신대방동, 영등포구 신길·대림동, 구로구 구로동에 '극한호우'를 알리는 긴급재난문자가 처음으로 발송됐다. 기상청은 지난해 역대급 집중호우로 반지하 침수 등 피해가 속출하자 올여름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극한호우'가 내리면 행정안전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기로 했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기상청은 지난해 역대급 집중호우로 반지하 침수 등 피해가 속출하자 올여름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극한호우'가 내리면 행정안전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기로 했다. 침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재난문자를 보내 신속한 대피가 이뤄지도록 만들어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극한호우' 기준은 '1시간에 50㎜'와 '3시간에 90㎜'를 동시에 충족하는 비다. 1시간 강수량이 72㎜를 넘는 경우에도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다. 기상청 분석 결과 1시간에 비가 72㎜ 오면 95% 이상의 확률로 3시간 강수량이 81㎜ 이상이 되기 때문에 만일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는 읍면동 단위로 발송된다. 올해 수도권 시범운영 후 내년 5월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극한호우 재난문자 [박태순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첫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에 혼선도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애초 오후 3시 31분께 구로구 오류·고척·개봉·궁동에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려 했으나 기술적 문제로 실패했다.

해당 지역 재난문자 발송 이유도 '1시간 강수량 72㎜ 이상'이었는데 발송 실패 직후 비구름대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3시간 강수량이 90㎜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판단돼 발송을 취소했다.

기상청은 이후 상황을 반영해 오후 4시 서울 동작구 상도·상도1·대방·신대방동, 영등포구 신길·대림동, 구로구 구로동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동별 코드에 문제가 있었다"라면서 "문제는 해결됐으며 오늘 발송이 필요한 지역엔 모두 발송됐다"라고 설명했다.

극한호우와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 취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발생한 혼란도 있었다.

우선 대부분 시민이 '극한호우라'는 표현을 처음 접해 낯선 상황에서 기상청 긴급재난문자 발송 10여분 후 자치구가 '극한강우'라는 표현이 담긴 재난문자를 발송하면서 헷갈렸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상청이 재난문자에 '신대방제1동 인근'이라고 구체적인 동명을 명시한 점이 오히려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대방동 외 문자가 발송된 동에서는 '잘못 온 문자'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 지진·경계경보 문자 오발송 사례가 있었던 터라 이런 우려가 더 크게 나왔다.

기상청은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을 때 많은 비가 내리는 지역을 설명하는 '대표지점'이 자동기상관측장비 설치 지점으로 자동 포함되도록 설정돼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문자가 발송된 동들은 대표지점이 동작구 신대방제1동 기상청 서울청사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였다.

비가 다 내리고 나서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는 불만도 나온다.

실제 기상청 서울청사 1시간 강수량은 오후 7시 30분 기준으로는 1.5㎜로 줄어들었다. 수도권에 비를 뿌린 비구름대가 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다만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늦었다는 불만은 도입 취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는 앞으로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고 경고하는 차원이 아니라 많은 비가 내렸으니 침수 등 이어지는 재해에 대비하라고 당부하는 차원에서 발송하는 것이다. 앞으로 많은 비 사전경고는 호우특보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기상청 설명이다.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는 중부지방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작년 8월 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과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반지하 침수 참사 재발을 막고자 도입됐다.

지난해 8월 8일 강수 양태를 고려하면 당시 극한호우 재난문자가 도입돼있었다면 상도동에서 구조 신고가 이뤄지기 21분 전 문자가 전달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차수판 설치하는 박일하 동작구청장 (서울=연합뉴스) 박일하 서울 동작구청장이 11일 극한호우로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3동 성대시장 인근 비 피해가 예상되는 가정집에서 직원들과 차수판을 설치하고 있다. 2023.7.11 [동작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극한호우는 기후변화로 인해 늘어나고 있다.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충족하는 호우 건수를 보면 2013년 48건, 2014년 42건, 2015년 17건, 2016년 63건, 2017년 88건, 2018년 108건, 2019년 60건, 2020년 117건, 2021년 76건, 2022년 108건 등 연평균 8.5%씩 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 취지를 더 알리도록 홍보하고 미비한 점은 개선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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