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그냥 안 갈래요”…고물가에 ‘휴포족’ 증가
[KBS 대전]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올여름 휴가 계획이 어떻게 되십니까?" 요즘 제가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휴가 계획이 없다"라고 답하곤 했는데요.
물론 사실이지만, 조금 더 솔직해지면 지나치게 비싼 휴가 비용 탓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올여름 휴가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한 온라인 조사 전문기관이 같은 질문을 전국 성인 남녀에게 던져봤습니다.
10명 중 7명은 '휴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는데요.
이유는 뭐였을까요?
'일정 조율이 어려워서'와 함께 '비용이 부담돼서'가 각각 35%에 근접하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휴가를 포기하는 사람들, 이른바 '휴포자', '휴포족'들이 점점 늘고 있는 건데요.
인터넷에서도 이렇게 휴가를 포기하는 사람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휴가 가려고 보니 성수기 숙박비가 작년보다 더 비싸네요,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가장 멋진 방법은 뭘까요?" 이런 글에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움직이면 백만 원이다", "팬데믹 때 손해 봤던 것을 한 번에 올려받는 느낌이다", "시골에 마당이 있는 친정집이 휴가지다" 이런 댓글이 이어졌는데요.
그렇다면 올해 여름휴가 관련 물가, 지난해보다 얼마나 올랐을까요?
콘도 이용료가 13%, 호텔 숙박료는 11%, 해외 단체여행비는 5% 정도 올랐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죠.
얼마 전 이 시간에도 전해드렸지만, 라면, 빵, 과자 같은 식품 물가 상승률도 가파르고요.
외식 물가도 지난해보다 6% 정도 올랐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휴가철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겁니다.
[구혜경/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 : "코로나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휴가에 대한 기대치가 더 커지기는 했을 텐데, 물가 상승 폭 자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오르고 있고, 또 거기에 더해서 환율이나 이런 부분이 같이 움직이고 있으니까, 사실 과거에 비해서 실제로 소요해야 하는 비용 자체가 훨씬 더 커진 것 같아요."]
휴가철에 오히려 외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우리나라 국제선 이용객은 지난해보다 6배 가까이 늘었는데요.
어디를 많이 갔는지 살펴봤더니, 최근 엔저로 여행 비용이 저렴한 일본의 도시들이 1위부터 3위를 차지했습니다.
나머지 상위 10개 도시도 모두 가까운 아시아로, 미주나 유럽의 도시는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는데요.
특히 최근에는 저가 항공사들이 지역 국제공항에 아시아권 국가 노선을 저렴하게 취항하면서 휴가철 지역 해외여행 수요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저희 제작진이 오늘 출발해 금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청주국제공항에서 간사이국제공항을 오가는 저가항공사 항공편을 찾아봤는데요.
왕복 항공료는 7만 4천 원, 각종 세금과 수수료를 포함하더라도 16만 원대였습니다.
휴가 비용에 있어서 외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가는 국내 휴가지, 게다가 최근 국내 곳곳에서 불거지는 이른바 바가지 논란까지,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도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구혜경/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 : "일시적으로 돈을 많이 받고 싶은 건 소상공인들의 당연한 욕구일 거고, 그런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반복되면 소비자들이 발길을 끊게 되는 거기 때문에, 그 지역 관점에서는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상공인들이) 자정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병행이 돼야…."]
"휴가철 바가지 요금을 잡겠다", 최근 지자체들도 휴가지 물가 안정을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요 식품 가격을 내리기도 하지만 고물가 부담을 크게 덜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
소비자들의 지갑 문을 꽉 누르고 있는 무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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