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랠리 오래 못 간다"…닷컴 버블 경고까지, 왜?[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7. 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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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뉴욕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가수 프린스의 노래 중에 '1999년인 것처럼 파티?'(Party like it's 1999?)란 곡이 있다. 1982년에 발표된 곡인데 1999년은 지구 멸망의 날을 상징한다. 세상이 끝난다 해도 지금은 일단 파티를 즐기겠다는 내용이다.

주식 투자자들에겐 1999년이 닷컴 버블이 정점을 향해 가면서 나스닥지수가 폭등했던 시기로 기억된다. 닷컴주는 2000년 3월 버블 붕괴 직전인 1999년에 가장 많이 올랐다. 그렇다면 지금은 일단 기술주 상승 파티를 즐기는 편이 나을까.

실제로 최근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가 너무 많이 올라 버블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투자자들 사이엔 아직 버블이 터질 만큼 부풀려진 것은 아니라며 조금 더 파티를 즐겨도 된다는 심리가 있다.

문제는 파티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대형 기술주와 투자 심리가 너무 과열된 것은 분명하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QQQ, 닷컴버블 때보다 더 올라
우선 현재 미국 증시는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폭등세를 이어간 1999년이 아니라 상반기에 급등했다 하반기에 급락한 1987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크리스 베론이 이끄는 스트래터개스의 기술 및 매크로 분석팀은 지난 7일(현지시간) 현재와 1990년대 인베스코 QQQ ETF(QQQ)의 수익률을 계산해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QQQ는 나스닥지수 내 비금융 대형주 100개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분석팀에 따르면 QQQ의 올 상반기 수익률은 38.8%로 강세장이 지속됐던 1990년대 어떤 해의 상반기보다도 더 높았다.

1990년대에 QQQ의 상반기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때는 닷컴 열풍이 불기 시작했던 1998년 상반기로 35%였으며 이어 1995년 상반기가 33.1%로 뒤를 이었다.

1998년과 1995년에는 상반기에 대형 기술주가 급등했음에도 차익을 실현하지 않고 기술주를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유리했다. 1998년의 경우 닷컴 버블이 고조되며 하반기 QQQ 수익률이 37.3%로 상반기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1995년 하반기에는 QQQ 수익률이 7.1%로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으나 상반기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닷컴 열기가 최고조로 달아올랐던 1999년의 경우 상반기 QQQ 수익률은 25.1%로 1990년대 상반기 수익률 가운데 6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해 하반기에는 닷컴 버블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며 QQQ 상승률이 전설적인 61.4%를 기록했다.

그리고 2000년 3월에 닷컴 버블은 한계에 도달해 터져 버린다.

올해 증시, 상고하저 가능성 높아
스트래터개스 분석팀은 현재 증시가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상승세를 이어갔던 1995년이나 1998년, 1999년의 전철을 밟지 않고 1987년과 같이 '상고하저'(상반기 상승-하반기 하락)의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스닥지수는 1987년 상반기에 33.8% 올랐으나 하반기에는 17.4% 급락했다. 1987년 10월19일 다우존스지수가 단 하루만에 22% 폭락했던 블랙 먼데이의 영향 때문이었다.

스트래터개스 분석팀은 상반기 수익률이 좋았던 해의 하반기 수익률은 금리가 결정했다며 "1995년과 1998년 하반기에는 국채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증시가 계속 상승했던 반면 1987년 여름에는 국채수익률이 폭등했고 뒤이어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상승세를 보였고 10일(현지시간)에는 4% 안팎에서 거래됐다.

연방기금 금리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2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5%를 넘어섰다가 이날 오후 3시 기준 4.862%로 내려왔다.

지난 6월 CPI가 중요한 이유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올 상반기에 증시가 랠리한 한 원인은 실질 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인 가운데 긴축 사이클의 종결이 다가왔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근원 소비자 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비 5.3%로 현재 정책 금리 5~5.25%보다 여전히 높았다. 이는 명목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실질 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로 돈값이 사실상 공짜라는 의미이다.

배런스는 마이너스 실질 금리가 향후 12개월 순이익 전망치 기준으로 20배에 육박하는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1987년의 사례를 고려할 때 주가 밸류에이션이 팽팽하게 늘어난 상태에서 금리가 오른다면 강세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12일에 발표되는 지난 6월 CPI는 이런 점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11일엔 NFIB(전미자영업연맹)의 지난 6월 소기업 낙관지수 외에 다른 경제지표 발표는 없다.

국채 대비 주식 매력도 떨어져
배런스는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산정돼 대형 기술주의 영향력이 큰 S&P500지수는 올 하반기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S&P500지수는 지난해 10월 최저점 대비 23% 상승했으며 선행 PER은 올초 15배 초반에서 19.2배로 올라왔다. 이는 PER의 역수인 주식수익률이 5.2%라는 의미다.

무위험 자산인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식수익률은 고작 1%포인트 남짓 더 높을 뿐이다.

이 때문에 배런스는 이번주 말 개막되는 어닝 시즌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서프라이즈' 수준의 호조세가 아니라면 S&P500지수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투자 심리, 닷컴버블 때보다 과열
증시 낙관론이 너무 고조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투자 뉴스레터들을 분석해 시장 심리를 판단하는 허버트 레이팅스의 마크 허버트는 10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기고한 글에서 단기적인 시장 타이밍을 예측하는 전문가들 사이에 낙관론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해 증시가 조만간 현 수준에서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허버트는 단기적으로 시장 타이밍을 예측하는 투자 뉴스레터들의 주식 투자 권고 비중을 통해 '허버트 주식 뉴스레터 심리 지수'(HSNSI)를 매일 측정하고 있는데 HSNSI가 2000년 이후 모든 HSNSI 가운데 백분위수 99.99%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S&P500지수가 최저치를 찍었던 지난해 10월12일에는 2000년 이후 모든 HSNSI 가운데 0.08%였던 점을 감안하면 극적인 변화다.

그는 현재 투자 심리가 닷컴 버블의 붕괴가 시작됐던 2000년 3월보다 더 과열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래 표에서 보라색선은 이날까지 3개월간 HSNSI 추이를 나타낸다. 빨간색선은 2000년 3월 닷컴버블 정점 때까지 3개월간 HSNSI 추이를 보여준다.


차트의 오른쪽 3분의 1 가량은 한달 간의 기간을 나타내는데 두 선이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닷컴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최근 한달 간 투자 심리가 과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버트는 다만 차트의 왼쪽 3분의 2를 보면 빨간색선이 보라색선을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때 낙관론이 최근보다 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발상론적 관점에서 최선은 증시가 앞으로 며칠간 충분히 조정을 받아 다시 오를 만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후에 더 큰 상승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란 의견이다.

하지만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낙관 심리가 유례없이 높아진다면 이는 증시에 매우 불길한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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