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숟가락 얹기도 유분수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나는 견인 차량. 일명 레커차로 불리며, 망가진 차량과 사고 현장을 수습해 주곤 하죠. 일부의 바가지 견인료와 수리비를 두고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우리 국회에도 레커차 뺨치는 발 빠른 의원들이 많습니다. 큰 사건·사고가 터졌다 하면 순식간에 관련 법안을 발의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든요.
사실 법을 만드는 건 국회의원의 가장 핵심적 책무인 데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는 사안에서 드러난, 부족한 법률을 새로 만들거나 수정·보완하는 건 박수 받을 만 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건 어떤가요. 3년 전 16개월 난 '정인이'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일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여야 의원들은 무려 30개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는데 현재까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건 단 3건뿐입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는 35개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됐지만 겨우 한 건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앞서 9월 벌어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때도 25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11건은 여전히 상임위 계류 중입니다.
이러니 교통사고 현장에 득달같이 나타나는 레커차에 빗대 '레커법'이란 비아냥이 나오는 거죠.
21대 국회 들어 발생한 주요 사건 및 사고 관련 법안 발의는 모두 117건이었는데,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29건에 불과했습니다. 그들이 진정성을 갖고 발의했다면 이렇게 됐을까요. 그랬다면 능력이 없는 거죠.
그런데도 세간의 이슈를 틈탄 법안 발의는 그칠 줄 모르고, 정쟁의 도구로까지 치닫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월 민주당 출신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이 불거지자 13건의 관련 법안을 냈고, 앞서 2월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이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낙마하자, 민주당은 학교폭력 관련 법안을 22건 발의했습니다.
이쯤 되면 법안을 만들게 아니라 잠깐 반짝하는 유행가 가사를 짓는 게 차라리 낫겠죠. 문제는 그러기엔 우리 혈세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거지만요.
저렇게 비싸고 일 못하는 레커차를 그 누가 반기겠습니까. 다신 보고 싶지 않는 게 맞겠죠.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숟가락 얹기도 유분수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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