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반러 나토의 ‘아시아 전략’ 발 맞추나…윤 대통령, ITPP 채택

[윤석열 정부]나토 사무총장 면담…안보 11개 분야 협력 제도화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인 ITPP 채택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장인 리투아니아 빌뉴스 리텍스포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사이버 방위, 신흥 기술 등 안보 관련 11개 분야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을 채택했다. 한국과 나토의 안보 협력 강화는 중국·러시아에 대한 견제 성격을 띠는 탓에 “아시아로 확장하려는 나토 계획을 거들어준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빌뉴스 리텍스포에서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대서양 안보와 인도양·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뉴질랜드 같은 인·태 지역 국가들과 나토와의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도 나토 동맹들과 전세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며 “다 같이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협력 의지를 표했다.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에서 정부가 나토와 체결한 협력 분야는 △실무·고위급 정무·군사 분야 정례회의 등이 포함된 ‘대화와 협의’ △대테러 △군축·비확산 △국방 분야 상호운용성을 위한 실질 협력 등이다. 한국은 2019년 나토와 ‘국가별 파트너십 협력 프로그램’(IPCP)을 채택했는데,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이보다 격상되고 범위도 확대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의 ‘국제 사이버 훈련센터’ 설치 구상 등을 설명하고, 나토의 사이버방위 협력센터(CCDCOE)와 협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와 정보 공유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나토와의 협력 강화가 한국에는 실리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한겨레>에 “나토는 일본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려고 시도하는 등 아시아로 확장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한국도 보조를 맞추려는 것”이라며 “한·미·일 군사동맹과 달리 나토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가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안보적 이익이 없고, 오히려 반중·반러 전선에 올라타는 것이어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나토는 지난해부터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성격이 강해졌는데, 우리나라도 가치 동맹이란 이름으로 이런 흐름에 편승하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가치를 함께하는 국가와 군사적으로 묶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왔던 만큼, 나토와의 협력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첫날인 이날 오전 빌뉴스 시내 한 호텔에서 나토 옵서버 그룹으로 참석한 미국 상원의원 6명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진정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면서 동맹의 무대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노르웨이·포르투갈·네덜란드 등 정상과 별도 양자 회담을 하고 안보와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빌뉴스 숙소 주변을 산책하며 천안함의 정식 명칭인 ‘피시시(PCC)-772’ 문구가 적힌 모자를 착용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0일 프랑스 파리 방문 때 숙소 주변을 산책하면서도 천안함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한 바 있다.

빌뉴스/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