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고향의 시간과 공간을 기록하다…수채화가 박유미
[KBS 창원] 오래된 물레방아와 옛집.
낡은 마구간과 농기구, 고향의 단면이 화폭에서 되살아납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제가 많은 영감을 갖고 있고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때는 누구보다 자신감이 있는 거예요. 그게 바로 뭐냐 했더니 고향인 겁니다."]
그림은 그리움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작가에게 고향은 그리움의 다른 이름입니다.
박지원 선생이 처음 물레방아를 만든 함양 안심마을.
5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작가는 유년의 기억이 밴 공간을 차곡차곡 스케치북에 눌러 담습니다.
[박유미/수채화가 : "마을에 대한 시간성이나 세월, 흔적 이런 걸 통해서 제가 앞으로 후세들에게 고향이 이랬노라고 한번 전달해 보고 싶어서..."]
물레방아를 배경으로 희망의 봄과 결실의 가을을 이중화면으로 담는 중인데요.
그동안 꾸준히 고향을 그렸지만 여전히 그릴 것이 무궁무진합니다.
[박유미/수채화가 : "들에 가서 토끼풀도 뜯고 쑥도 캐고 어린 시절의 어떤 추억이 여러 가지로 갈라지기 때문에 그 부분 부분이 다 다른 것 같습니다."]
물의 두께를 읽어야 하는 습식 수채화는 물감을 던졌을 때 어디서 멈출지를 계산하는 노련함과 섬세함이 생명.
세월의 더께와 고향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이 활용됩니다.
화단을 대표하는 수채화가로, 부지런히 세상과 소통해 온 작가의 심화 모음전.
자연과 인생, 빛과 그림자의 이중주 등 하나같이 마음을 담아서 그린 작품들입니다.
보는 그림에서 듣는 그림으로 악기로 선율을 전하고 그림자로 사물의 양면성을 부각하는가 하면 이중, 삼중의 화면을 한 작품에 담았습니다.
["이중화면 구성 속에서 예를 들어서 음과 양, 빛과 그림자, 실내와 바깥 이중 공간을 정물 같으면서도 밖을 보는 풍경화같이 그리고 인생으로 보자면 행복과 불행..."]
진심을 다한 수채화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고향 풍경은 주특기인 이중화면 구성에 먹과 여백으로 한국적 멋을 더했습니다.
["물감을 지금 먹으로 사용한 작업입니다. 종이 자체를 여백으로 두는 한국화의 수묵화처럼..."]
고향의 지붕인 지리산을 등반하며 만난 풍경과 함양의 자연도 그대로 수채화에 담겼습니다.
["누구나 지리산을 찾을 때는 자기들이 한없이 내려놓고 지리산이 받아준다는 표현을 하거든요. 저도 그런 마음을 한번 그리고 싶어서..."]
소멸을 걱정하는 고향의 단면은 어쩌면 다음 세대에 볼 수 없는 것이어서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연규송/거창군 거창읍 : "세월의 때, 어떤 결이나 녹슨 부분. 마치 고향에 온 그대로의 기분이네요. 새끼줄 꼰 것하고. 우리 가슴을 울리는..."]
고향에 예술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문화체험을 제공하는 예술조합도 만들었습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세계수채화비엔날레 개최로 함양을 수채화 본거지로 만들 계획도 실행 중입니다.
[이상갑/거창군 거창읍 : "지역에서 이런 것들이 살아나야 지역 분산 인구정책에 맞게 작가들이 지역으로 내려와서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구석구석 그리움이 밴 고향엔 여전히 그려야 할 것이 많습니다.
["고향의 풍경들을 제 화폭 속에 담아서 다음 세대들도 이 고향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그림.
박유미 작가의 수채화가 특별한 이유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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