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4차 수정안 노동계 1만1140원·경영계 9740원… 멀고 먼 1400원 차이
노동계와 경영계가 11일 내년도 최저임금 4차 수정 요구안으로 각각 1만1140원, 9740원을 제시했다. 협상을 거듭할수록 격차가 줄고는 있지만, 아직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과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4차 수정안을 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과 비교해 각각 15.8%, 1.2% 높은 수치다.
노사 대표들은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최저임금 요구안을 내놨다.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주장하는 근로자위원들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는 사용자위원들이 맞서는 가운데, 양측 요구안의 격차는 갈수록 줄고 있다. 최초 요구안에서 2590원(노동계 1만2210원 대 경영계 9620원)에 달했던 양측의 격차는 1차 수정안에서 2480원(1만2130원 대 9650원), 2차 수정안 2300원(1만2000원 대 9700원), 3차 수정안 1820원(1만1540원 대 9720원), 4차 수정안 1400원으로 좁혀졌다.
출발할 때에 비해 격차가 1000원 이상 줄었지만, 합의에 이르기에는 여전히 의견 차가 크다.
최저임금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법정 심의 기한은 지난달 29일까지였지만, 노사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노사는 오는 13일 제13차 전원회의에서 제5차 수정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13일 밤늦게 또는 차수가 변경된 뒤 14일 새벽쯤 최저임금 최종안이 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재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금액을 놓고 표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위는 거듭된 회의에도 논의에 진전이 없자 공익위원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을 빼서 나온 수치를 최저임금 인상률로 확정했다. 올해에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에 조금 못 미치게 된다.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노사 간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 빈곤을 예방하고 노동의 질과 양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제도”라며 “최우선 목적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고 밝혔다. 류 사무총장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계산 방식으로 결정된 점을 언급하며 “그런 경제학 논리에 의해 결정된 최저임금은 물가 폭등 상황이 정상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 보장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국제 권고와도 엇박자”라고 지적했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월급 빼고 다 올랐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어려운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것으로, 우리 사회 가장 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23.5%로 매우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최저임금을 복싱에 비유하면서 “과거 밴텀급의 펀치 수준이던 최저임금으로 인한 충격이 현재는 헤비급 수준이 돼버린 상황”이라며 “잽만 맞더라도 소상공인이나 영세·중소기업 그리고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미치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경쟁국 대비 높은 최저임금 수준은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막게 된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처한 암담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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