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대담] 법의학자가 본 영아 유기·치사 범죄 특징은?
[KBS 광주]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도 보셨듯이 출생 신고를 하지 않고 사라진 이른바 그림자 아기에 대한 수사가 광주 전남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영아 유기, 유기치사 범죄의 특징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하신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의 김윤신 교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먼저 전국에서 미신고 아기에 대한 경찰 수사가 한 1천 건에 육박하고 있고요.
광주 전남에서도 61건이 수사 의뢰됐다고 합니다.
법의학자로서 이번 사안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답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아동 학대의 문제가 큰 이슈가 되어 왔고 법의학자로서 늘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제가 아동 유기, 영아 유기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논문을 준비하면서 저는 병원 밖 출산이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병원 내 출산마저도 훨씬 더 많은 수가 버려지고 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앵커]
어쨌든 또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 판결문을 토대로 한 영아 유기, 또 말씀하셨지만 유기 치사 범죄의 특징을 분석한 논문을 최근에 발표를 하셨어요.
사실 이번 사건이 이슈화되기 바로 전인데 그렇게 이렇게 이런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떤 걸까요?
[답변]
최근 연구 주제는 정신질환과 범죄와의 관련성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런 판례들을 분석해 들어가는 과정 중에 영아 유기의 사례들을 맞닥뜨리게 될 수가 있었고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아이를 버리게 될까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제 본 연구가 끝나고 자투리 시간에 한 1년 정도 투자해서 분석을 마쳤던 사례입니다.
[앵커]
어쨌든 궁금한 게 연구를 하셨으니까 또 산모들이 사실 아이를 유기하는 이유 어떤 것들이라고 분석이 되시나요?
[답변]
일단 표면적으로는 20건 중의 12건 대다수를 차지하는 거죠.
부모에게 특히 엄마에게 나의 출산 사실이 알려질까 두렵다라는 것이 가장 많은 이유였고요.
두 번째 이유는 경제적으로 아이를 키울 여력이 되지 못해서 아이를 버렸다는 것이 8건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는데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원치 않은 생명을 내가 낳고 말았다.
이 출산의 결과를 내가 책임질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못하다라는 것이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앵커]
최근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상당수의 아이들이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 유기 장소에 대한 연구 내용은 또 어떤 것들이 확인됐나요?
[답변]
네 어디서 출산을 하고 어떤 장소에 아이를 유기하는가를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했고요.
우선 아이가 버려지는 장소가 옥내인가 옥외인가를 살펴봤는데 장소는 뭐 특정하지 못할 만큼 다양합니다.
하지만 공간의 특징들은 있습니다.
어떤 특징이 있냐면 아이를 버리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빨리 발견해서 아이를 돌봐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들어있는 유기 장소가 있는가 하면, 아이를 아무도 찾지 못하게 하려고 감추어 버릴 목적의 유기 장소도 있다라는 것이고 우리가 이 사건을, 이 사태를 들여다봄에 있어서 유기의 장소의 공간적인 특징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어쨌든 영아 유기 범죄가 이렇게 끊이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해야 할까요?
처벌이 약하다, 이런 지적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실제 판결문을 보더라도 대부분 집행유예가 내려졌고 또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단 한 건에 그쳤다고 합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제가 분석을 마친 입장에서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제가 처벌을 고려함에 있어서 고려돼야 될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는 아이의 죽음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이를 버리겠다라는 의도가 있는 산모의 사례와 어떻게든 내가 아이를 곤궁한 처지에서 버리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지만, 내 아이가 죽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다라는 의도가 담긴 유기의 현장이 있더라는 겁니다.
이 두 가지를 구별해서 아이의 죽음을 감수하겠다는 의도가 눈에 띄는 그런 사건들은 형량을 엄하게 하는 그런 시도가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앵커]
또한, 이렇게 말씀하셨듯이 유기 치사, 범죄, 그러니까 아이를 그냥 단순히 버리는 것과 아이의 어떤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이 사건은 분명히 다른 건데, 형량에서는 사실 차이가 없는 거죠?
[답변]
지금 우리 형법이 그렇습니다.
직계 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거나 양도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기타 참작할 만한 동기로 아이를 버리거나 죽게 하면 참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아마 과거에 내 자식을 애지중지하던 시절에 법의 모양이라면, 적어도 너무나 많이 변해버린 지금 사회에서의 법은 이제 바뀔 때가 되지 않았겠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앵커]
어쨌든 뒤늦게나마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 차원이든 제도 개선이 조금씩은 나올 것 같고, 그런 움직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가장 시급한 대책, 어떤 거라고 보시나요?
[답변]
논문을 정리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가 힘들 때 가장 먼저 그 사정을 하소연하고 알리고,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이 부모일텐데 나의 출산 사실을 감춰야 하는, 정말 안타까운 사정 속에서 부모를 멀리하고 부모를 피해야 하는 것이 산모의 고충의 하나였겠구나.
이 고민의 시기, 임신부터 출산까지 10개월 남짓하는 시간 동안에 이 고민에 빠져 있는 산모를 돕는 손길들이 필요하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위기 대응 전화 상담 전화라도 누군가가 어느 기관이나 나서서 제공해서 출산에 이르기까지 산모를 도와야 되겠고요.
또 한 가지는 어떻게든 태어난 아이가 이렇게 허망한 이유로 목숨을 잃는 이런 비극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나서야 되겠다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앵커]
김윤신 교수님 오늘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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