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맛’ 모닝·레이가 2천만원, 그돈에 왜?…‘반값횡재’에 중고차 인기폭발 [왜몰랐을카]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7. 1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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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기 겁난다→사기 겁난다?
신차시장선 싼맛 대신 살맛
‘가성비’ 추구하면 중고차로
국내 판매 1위인 신형 그랜저와 새로 출시된 모닝 [사진출처=현대차, 기아]
신차 시장에서 더 큰 차종에 밀려 외면받는 경차가 중고차 시장에서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매경닷컴이 11일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를 통해 올 상반기 신차·중고차 인기차종을 분석한 결과다.

신차 시장에서 경차(초소형 전기차 포함) 판매대수는 2012년 20만4158대, 2014년 18만9144대, 2016년 17만3559대, 2018년 12만9321대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1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13만4294대로 다시 늘었지만 올들어 다시 줄었다. 올해 상반기 판매대수는 6만1586대로 전년동기(6만6627대)보다 7.6% 감소했다.

20대 인구 감소, SUV 선호에 판매↓
신형 모닝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현재 완성차 브랜드가 판매하는 국산 경차는 3종이다. 기아 모닝·레이, 현대차 캐스퍼다. 쉐보레 스파크는 지난해 10월 단종됐다.

이달 상품성 개선 모델이 출시된 모닝은 올 상반기 1만2977대 판매됐다. 전년동기보다 10.4%(1507대) 감소했다. 캐스퍼 판매대수는 2만1064대로 9.5%(2224대) 줄었다.

레이 판매대수는 전년동기보다 16.3%(3631대) 늘어난 2만5816대를 기록했다. 레이 선전에도 국산 경차 판매대수는 감소했다.

현대차 캐스퍼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자동차업계는 과거 경차 주요 구매층이었던 20대 인구 감소와 취업난, 경차를 메인 차량으로 사용하는 카셰어링 확산으로 수요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또 소형 SUV와 준중형세단에 버금가게 비싸진 경차 가격, 경차 규격 때문에 발생한 차종 및 디자인 다양성 부족, 차박과 레저 등에 최적화된 SUV 선호도 증가 등도 영향을 줬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월 20대(20∼29세) 인구는 615만5000명이었다. 전년동월의 635만1000명보다 19만6000명 감소했다.

또 ‘경제활동 쉬었음’ 인구가 증가한 연령대도 20대가 유일했다. 지난 5월 쉬었다고 응답한 20대는 35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6000명 증가했다.

중고차시장선 그랜저보다 인기
300만원에 판매되는 2012년식 스파크 [사진출처=케이카]
경차는 신차 시장에서는 ‘찬밥 신세’에 처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신차 시장 판매 1위로 국민차 위상을 지닌 현대차 그랜저를 압도한다. 올 상반기 중고차 실거래대수 톱5의 경우 그랜저를 제외한 다른 차종은 모두 경차다.

실거래대수 1위는 모닝(2011~2015년식)이다. 거래대수는 2만3876대다. 2위는 그랜저 HG(2011~2015년식)로 2만2704대, 3위는 그랜저 IG(2016~2019년식)로 2만502대다.

스파크(2011~2017년식)는 2만426대, 레이(2011~2017년식)는 1만4456대로 그 뒤를 이었다.

중고차 시장에서 2위를 기록한 그랜저 HG [사진출처=매경DB]
중고차 톱5 차종에는 공통점이 있다. 출시된 지 10년 안팎인 차종들이 많다는 점이다.

차종 인기도, 수급 상황, 경쟁차종, 단종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국산차는 신차로 나온 지 5~6년쯤 되면 ‘반값’이 된다. 출고된 지 10년쯤 되면 신차 값의 20~30% 수준에서 판매된다.

중고차단체인 서울자동차매매사업조합이 발표한 차종별 중고차 시세를 보면 알 수 있다.

모닝(신차값 1000만~1300만원대)의 경우 2011년식 시세는 200만~300만원이다. 신차 가격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모닝 2015년식 시세는 400만~500만원 안팎이다. 반값 이하다.

레이(1200만~1500만원대)는 2011년식이 300만~370만원, 2017년식이 600만~700만원 정도다.

스파크(1000만~1400만원대)는 2011년식이 180만~250만원, 2017년식이 450만~650만원이다. 레이와 스파크 모두 출고된 지 6년 된 차종의 시세는 신차 값의 절반 수준이다.

그랜저 HG(3000만~4000만원대)는 2011년식이 600만~700만원, 2015년식이 1000만~1200만원이다.

그랜저 IG(3000만~4000만원대)는 2016년식이 1500만~1700만원, 2019년식이 2000만~2200만원이다.

신차는 2000만원, 중고차는 200만원
300만원대에 판매되는 2011년식 모닝 [사진출처=케이카]
요즘 차량은 성능과 품질이 향상되면서 출고된 지 10년이 지났어도 소모품만 잘 교환해주고 관리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탈 수 있다.

게다가 경차는 ‘얌전’하게 타는 차종이어서 고장으로 속 썩을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

가성비(가격대비품질)도 뛰어나다. 신차 시장에서는 2000만원대에 진입한 경차를 중고차 시장에서는 200만~300만원에도 살 수 있다.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경차는 2000만원대, 소형 SUV는 3000만원대, 중형SUV는 4000만원대, 준대형세단은 5000만원대에 진입하는 등 신차값이 비싸진데다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가성비 중고차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는 추세다.

이 중 경차는 경기불황 때 인기가 더 높아진다. 세금, 기름값, 주차비를 줄일 수 있어서다. 경차가 세컨드카로 인기를 끌면서 돈 없는 사람이 타는 ‘싼차’ 취급하던 분위기가 완화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레이(위)와 캐스퍼 [사진출처=기아, 현대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는 가성비 높은 생애첫차·세컨드카를 찾는 알뜰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며 “신차 값이 더 비쌌던 같은 연식의 소형·준중형세단보다 오히려 비싼 값에 거래될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불안해도 ‘싼맛’에 샀지만 요즘 경차는 안전·편의성이 향상되면서 가격이 아니라 ‘필요’ 때문에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안전·편의성을 따지면 신차로, 가성비를 따지면 중고차로 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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