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죄송해요” 웹툰 불법 유통자 알고보니 ‘이 여성’…후회한 사연

인도네시아 웹툰, 웹소설 이용자들이 불법 유통 근절을 선언하는 '인증샷'.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지난 1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에 한 ‘인증샷’이 올라왔다. 인도네시아 웹툰·웹소설 불법 유통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가 자신이 직접 서명한 종이를 들고 ‘합법 유저’가 될 것을 선언한 사진이다. 카카오엔터는 “사진 공개 후 2만명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웹툰·웹소설 불법 유통의 심각성을 알렸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2021년 자체적으로 불법 유통에 대응하는 전담팀인 P.CoK(피콕)팀을 만들고 전 세계 불법 사이트와 커뮤니티에 직접 경고장을 보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1월엔 피콕팀이 직접 인도네시아에 방문해 불법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 6명을 심층 인터뷰한 끝에 인식을 개선, 불법 근절 서약식 열었다.

인도네시아 웹툰·웹소설 이용자들의 불법 유통 근절 선언 ‘인증샷’.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동안 8000여개의 웹툰을 불법 유통했던 한 운영자는 서약식 직후 자신의 웹사이트 배너에 ‘카카오 웹툰 작품을 더 이상 불법 번역하지 않을 것. 정식 사이트에서 소비하자’는 안내 문구를 올렸다. 이 운영자는 카카오엔터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후 빠르게 불법 유통 웹툰을 삭제한 이력이 있어 이번 서약식에도 참석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합법 사이트 이용 장려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인 최초 모범 사례”라며 “일 평균 조회수가 1만건에 이르는 해당 웹사이트 방문자들에게 문구를 노출해 저작권 인식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유료 VIP 구독 시스템을 적용한 태국 웹툰·웹소설 불법 사이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카카오엔터가 발벗고 저작권 인식 개선에 나선 것은 국내 웹툰 산업이 팽창하고 전 세계적으로 독자가 늘면서 불법 유통 시장이 교묘해지고 있어서다. 해외 불법 유통 그룹은 한국어 번역가를 모집하고 웹툰 이미지 파일 추출과 번역, 이미지 작업을 분담해 공동 작업하는 등 조직적인 방식으로 불법 번역 웹툰을 만들고 있다.

카카오엔터가 공개한 ‘3차 불법유통 대응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차단한 불법 웹툰·웹소설은 1420만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 단속한 667만건(중화권 하반기 단속 성과만 포함)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한 해 동안 총 2800만건이 넘는 불법 콘텐츠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불법 커뮤니티 내 한국어 번역가 모집 공고. 감자(嵌字)는 ‘글자 삽입(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번역된 언어를 원본 언어와 같은 글꼴 혹은 배경과 적합하게 배치하는 역할을 의미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피콕팀은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 영상·채팅·클라우드 플랫폼 등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 폐쇄적인 커뮤니티에도 잠입해 불법 콘텐츠를 단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적재산(IP)을 무단으로 활용한 캐릭터 상품이나 단행본 등 이차적 저작물로도 단속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에서 무단 유통되던 웹소설 불법 텍스트와 웹툰 캐릭터를 무단으로 가져다 쓴 티셔츠 등의 판매를 금지했다.

피콕팀을 이끄는 이호준 카카오엔터 법무실장은 “불법물 단속 체계를 지속해 고도화해 창작 시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글로벌 불법물을 근절하고 창작자 권익을 보호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