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으로 스며드는 가상자산…회계 기준까지 생기자 업계 '방긋'
선제적으로 주석 공시 진행했던 거래소도 명문화에 긍정 반응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불투명한 가상자산 관련 회계 기준이 금융당국의 구체화된 지침에 따라 구체화되면서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용자 보호법 법제화에 이어 이번 회계 기준 마련으로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점점 스며들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금융당국은 회계기준위원회가 가상자산 회계 처리와 관련한 안내 방향을 논의하고 관련 필수 공시사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기업회계기준서 제1001호 '재무제표 표시' 개정 공개초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가상자산 관련 1단계 법안으로 분류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자 금융당국도 이에 발맞춰 투명한 가상자산의 회계 처리 기준을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명확한 가상자산 관련 회계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가상자산과 관련한 거래별 회계처리에 대한 감독지침은 물론,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주석공시를 의무화하는 회계기준서를 개정하는 등 총 2가지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가상자산 관련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은 빠르면 올해 10월이나 11월에 공표 및 시행될 계획인데, 시행이 된다면 지난해 가상자산 업계 내 발생한 '위믹스 회계 논란'은 재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명확해진 가상자산 회계기준, 부풀리기 의혹 재현 방지
지난해 초 가상자산 위믹스의 발행사 위메이드는 2021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위믹스 매각대금인 2254억원을 매출로 잡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358%, 2277%로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표 당시엔 역대급 실적 증가세를 보였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위믹스의 매각대금이 매출의 63%에 달할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자 위믹스는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결국 감사인의 지적을 받아 지난해 3월 정정공시를 통해 영업이익을 기존 3523억원에서 위믹스 유동화 금액을 제외한 1269억원으로 정정했다.
당국의 이번 지침 발표를 통해 앞으로 회사는 가상자산 보유자에 대한 의무를 모두 완료한 이후에 가상자산의 매각대가를 수익으로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회계 관련 부풀리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가상자산 거래소들 "이미 자체적으로 진행해왔지만 명문화된 것은 시장 조성에 긍정적"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나아가 이번 발표로 인해 가상자산 관련 정보의 주석 공시가 의무화된 점이 기업의 회계 처리 기준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투명한 기업 운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양새다.
당국은 이번 지침 발표를 통해 가상자산 관련 정보의 주석 공시를 의무화한다. 이번 기업회계기준서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가상자산을 개발하거나 발행한 회사는 관련 정보를 재무제표 주석에 적어야 한다.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대형 거래소들의 경우, 이미 회계법인을 통해 자체적으로 이 같은 가상자산 관련 주석 공시를 실행해왔다. 업비트는 삼일회계법인, 빗썸은 한올회계법인을 통해 감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다만 당국이 지침이 아닌 자체적으로 제도권 밖에서 가상자산 백서를 작성해왔기 때문에 정확성이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지침 발표를 통해 가상자산 기업들도 회계 기준 관련 투명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거래소 관련 가상자산이라하면 보통 고객 보유분과 회사 보유분으로 나뉜다"며 "(당국의) 이번 발표 전부터 이미 주석을 통해 고객의 가상자산 예치 현황에 대해서는 투명히 공시해왔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다만 "당국의 이번 발표를 통해 기업의 회계 기준이 조금 더 명확해지고 명문화됐다"며 "이를 통해 가상자산 기업들도 이 기준만 정확히 이행한다면 문제가 될 게 없는 것이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타 거래소 관계자도 "그동안 가상자산 관련 회계 공시가 다소 불명확해 투자자에게 혼란을 초래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금융당국이 발표한 방안에 따라 보다 일관되고 명확한 정보 제공이 가능해져 투명한 시장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회계 명확성 생기자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기업 투자 늘어날 것"
가상자산 관련 회계 지침까지 구체화되면서 그간 회계의 불명확성 등을 이유로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했던 기업들의 가상자산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 등에 가상자산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 회사의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취급하고자 한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명확한 기준이었다"며 "회계기준의 명확성을 마련한 것은 향후 기업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또한 당국의 이번 발표와 관련해 "이미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가 가상자산과 관련해 추구하고 있는 방향성과 일치한다"며 "예로 미국은 지난해 12월 FASB(미국재무회계기준위원회)를 통해 손익계산서 반영 방법 등 가상자산 관련 세부 회계 표준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국도 이러한 글로벌한 움직임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의 이번 조치에 따라 국제회계기준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투명성을얻었고 가상자산 산업은 제도권으로 한발짝 더 들어오는 토대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 빠르면 올해 10월부터 시행…"회계 인력 확보 고려하면 조금 부담돼"
당국은 앞으로 약 2개월 간에 걸쳐 상장사 및 가상자산 사업자, 회계법인 등 이해관계자별로 각각 1차례 이상의 설명회를 연다. 해당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지침(안) 및 기준개정(안)을 확정한 후 오는 10월이나 11월 중 회계제도심의위원회, 증선위 심의·의결 등을 거쳐 공표·시행할 계획이다.
회계처리 감독지침은 공표 즉시 시행된다. 개정된 기준서(주석공시 의무화)는 2024년 1월1일 이후 최초로 개시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조기 적용이 가능하며, 조기 적용을 적극 권고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국의 시행 계획과 관련해 다소 빠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업비트나 빗썸과 같이 상대적으로 재무 평가 환경이 여유롭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과 비교해 타 거래소들은 당장의 회계 인력 충원에 나서야 하는 숙제를 안았기 때문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소수의 최상위권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회계인력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새로운 당국의 지침을 분석하고 적용하기 위한 시스템 개편에 착수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큰 것은 맞다"라고 밝혔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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