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로미터` 세계 반도체 바닥쳤다

5월 세계매출 전월比 1.7% 증가
中 3.9%… 가장 높은 상승세 보여
삼성·마이크론 예상 웃도는 실적

[연합뉴스]

글로벌 반도체 시황이 바닥을 지났다는 전망이 국내외에서 연이어 나오고 있다. 수출 감소세가 여전한 가운데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반등은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최근 홈페이지에서 전 세계 반도체산업의 5월 매출이 407억달러로 전월 400억달러에 비해 1.7%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별 매출은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늘어난 것이다. 증가폭은 3월과 4월 각각 0.3%에 비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존 뉴퍼 SIA 회장은 "시장이 부진하지만, 반도체 매출이 3개월 연속 늘면서 올 하반기 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두자릿수 감소를 기록한 이후 내년에 강한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5월 세계 반도체 매출은 세계 전 지역에서도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이 3.9%로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으며 유럽 2%,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3% 늘었다. 일본과 미주는 각각 0.4%, 0.1% 증가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최근 실적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개선된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는 올해 2분기 매출이 4808억 대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 감소에 그쳤다. 상반기 IT기기 수요 감소 추세가 이어졌는데도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시장 예상치인 4762억 대만달러보다 나은 실적을 보였다.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가 올해 매출 바닥일 수 있다며 20일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나올 3분기 전망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CNA)가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메이저 업체인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도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3분기(3~5월) 매출이 37억5000만달러, 순손실은 18억9600만달러의 성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7일 발표한 2분기 잠정 영업이익 6000억원으로,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한 증권사들의 컨센서스를 뛰어넘었다.

국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도 점차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은 88억9600만달러에 달했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28% 줄어들었지만, 지난 5월보다는 20.8% 늘어난 것으로 올들어 최고 실적이다.

산업부는 "반도체 업황과 대중 수출 개선이 본격화한다면 오는 9월 이후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굳어지고, 4분기 중 월간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 늘어나는 '수출 플러스'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KDI는 지난 9일 발간한 '2023년 7월 경제 동향'에서 "반도체는 3월 이후 생산 감소 폭이 지속해서 축소하는 가운데 수출 물량은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하며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