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철원 주민들, 폭우 뚫고 국회 찾아… 고엽제 피해 호소
피해 민간인 보상 포함 요구... 한기호 국방위원장 못만나
박정 환노위원장 “고엽제법 개정안 통과되도록 최선의 노력 다할 것”
고엽제 노출 민간인들이 수십년째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다가 파주시와 박정 국회의원 등이 구체적인 지원방안 모색(경기일보 6월29일자 1·5면, 7월5일자 1면)에 나선 가운데, 파주 대성동·철원 생창리 주민들이 국회를 찾아 고엽제법 개정을 촉구했다.
대성동 및 생창리 주민들은 11일 국회 본청에서 파주를 지역구로 둔 박정 환경노동위원장(파주을)을 면담하고 고엽제법 개정 건의서를 전달했다.
주민들은 건의서를 통해 ▲민북지역(남북접경지역) 민간인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 실시 ▲군인과 군무원으로 제한된 현행 고엽제법 전면 개정 ▲비무장지대의 고엽제 살포 실태자료 전면 공개 ▲고엽제 살포로 희생된 민간인 추모 위령탑 설치 등을 요구했다.
대성동 주민 김상래씨(81)는 “고엽제로 인해 수많은 주민이 고통을 참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가 하면 2세들마저 질병의 후유증을 못 이겨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그런데 군인, 군무원에 대해서만 보상이 이뤄졌다. 고엽제 피해가 민간인 따로 군인 따로 있을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박 위원장을 향해 “건의서를 꼼꼼히 살펴봐 주시고 개정안 통과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고엽제 진상조사를 하려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이 필요한데 9월 정기국회까지 개정하도록 노력하겠다. 오늘 주신 고엽제법 개정안 건의서도 개정안에 반영해 21대 국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철원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은 일정상을 이유로 주민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폭우가 쏟아진 이날 철원에서 온 생창리 주민 권종인씨(86)는 한 위원장과의 면담 불발을 두고 “지역 주민이 힘들게 국회까지 왔지만, 위원장은 물론이고 보좌진도 만나볼 수 없다니 이해가 안된다”면서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주민들은 국회 소통관을 찾아 기자들에게 건의서를 배포하고 관심을 촉구했다.
대성동 주민 정순자씨(75)는 “우리 부부는 똑같이 피해를 보았는데, 군인인 남편은 보상받았지만 나는 받지 못했다. 고엽제법 개정안이 꼭 통과돼 이제라도 파주 대성동과 철원 생창리 주민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967년부터 1971년까지 남방한계선 비무장지대에 미국이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현행법상 남방한계선 인접지역에서 근무한 군인 및 군무원이 질병을 얻었을 경우에만 지원되고 민간인은 제외돼 논란이 되고 있다.
김요섭 기자 yoseopkim@kyeonggi.com
민현배 기자 thx-21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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