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의 TV수신료 2500원 분리징수 '혼란' 예고

정철운 기자 2023. 7. 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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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아파트는 관리사무소가 수납 방안 자체 마련"
관리사무소는 "한전에서 공문 내려와야 알 수 있어"
한전과 KBS는 높아지는 징수 수수료 두고 갈등 예상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전기요금과 텔레비전 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재가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청구서가 꽂혀 있는 모습. ⓒ연합뉴스

내일(12일)부터 TV수신료 2500원을 전기요금과 분리해 납부한다.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앞으로는 어떻게 내야 할까. 자동 납부의 경우 수신료 납부용 별도 지정 계좌가 8월초 SMS를 통해 일괄 발송되면 이쪽으로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수동 납부의 경우 12일부터 전기요금 청구서에 표기된 지정 계좌에 전기요금을 입금하고, TV수신료 2500원을 따로 입금해야 한다. 신용카드의 경우 12일부터 고객센터 상담사 연결을 통해 분리 납부를 신청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내고 “관리비 고지서로 전기요금과 수신료가 합산 청구되는 집합건물(아파트 등) 개별세대는 관리 주체(관리사무소 등)에게 TV수신료와 관리비의 분리 납부를 신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사무소가 TV 수신료를 별도로 수납하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면 아파트 등 개별세대들도 TV 수신료 분리 납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천지역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11일 통화에서 “한전이나 KBS에서 공문이 와야 알 수 있다. 우리 임의대로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지역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역시 11일 통화에서 “한전에서 공문이 내려와야 알 수 있다. 공문이 오면 단지에 공고할 것”이라며 “9월에나 분리징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비춰보면 관리사무소는 '자체 방안 마련' 대신 한전 등의 공문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보인다.

앞서 한전은 방통위에 낸 의견서에서 “고압 아파트에 대해 TV수신료를 개별세대별로 따로 청구해야 하는 경우, (한전은) 개별세대와 전기 사용 계약 관계가 아니므로 개별세대의 TV수상기 소지 여부와 소지자 정보에 대해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고압 아파트 수신료는 현행과 동일하게 전기사용계약 단위 기준 1건으로 통합해 분리징수 하는 것이 시행 가능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방통위산자부는 분리 징수로 “TV가 없는 세대는 수신료를 안 낼 권리가 강화되고 앞으로는 수신료 미납만으로 단전되는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은 가구별 TV수상기 보유율이 95.4%이며, 수신료 징수율은 99%여서 앞선 '권리 강화와 부작용 차단' 혜택자는 극소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TV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안건 설명을 하는 모습을 KBS 취재진이 촬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방통위와 산자부는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완전히 분리 고지하고 징수하기 위해서는 약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과도기에는 부득이 통합고지하되 분리 납부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르면 10월부터 국민들은 별도의 TV 수신료 고지서를 받아 TV 수신료를 별도로 납부 할 수 있다”고 했으나 어디까지나 전망이다.

또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완전히 분리 고지하고 징수하기 위해서는 한전과 KBS가 협의를 거쳐 TV 수신료 고지서를 별도로 제작해 전달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분리 징수를 위한 수납시스템을 보완하는 데 일정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도 한전과 KBS간 갈등이 예상된다. 한전은 '징수한 수신료의 6.15%'인 현행 수수료 대신 “청구한 수신료의 15% 이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징수 이전이던 1993년 수신료 수입 대비 징수비용 비율은 35.5%였으며, 지난해는 9.52%였다. 결국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깊어지면 인프라 구축 기간이 늦어질 수도 있다.

방통위산자부는 “OTT 등을 많이 이용하는 최근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감안하면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들도 있겠으나, 현행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분리징수 후에도 유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TV를 가지고 있는데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미납 수신료의 3%만큼 가산금(70원)이 부과된다”고 했으며 “KBS가 방통위의 승인을 얻어 국세 체납에 준해 강제 집행할 수 있는데, 방통위는 국민의 편익, 집행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신료를 내야 하는 국민 불편이 커지고, 법에 따른 납부 의무를 위반하는 국민을 늘리는 나쁜 결정”이라 지적한 뒤 “그동안 관리비에 전기요금, TV 수신료를 같이 거둬왔던 아파트 관리사무소부터 대책이 없어 아우성”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분리 징수로 인한 국민 불편과 범법자 양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500원. ⓒ정철운 기자

KBS와 한전의 수신료 징수 위탁계약은 2024년 12월 말까지 체결되어 있다. KBS는 분리 징수에 따라 수신료 수입이 기존 6274억(2022년 기준)에서 1936억원으로 약 4338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BS는 방통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NHK는 수신료 인력이 4800명이고, 이 중 수신료 징수원만 3900명에 달하지만 KBS는 한전 위탁 징수로 약 160명의 직원만 수신료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과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징수 비용이 예상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방통위산자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영국 BBC, 독일 ARDZDF, 일본 NHK는 수신료만 단독으로 징수하고 있다”며 해외의 분리 징수 사례를 강조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수신료 미납 재발 시 최고 1000파운드(약 164만원) 벌금형이 가능하고 매주 약 1700명이 수신료 미납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있으며, 독일에선 6개월 이상 미납 시 질서위반죄를 적용해 최대 1000유로(약 140만원) 벌금을 물 수 있고 일본에선 민사절차를 통한 납부 독촉과 소송이 가능하며 강제집행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언급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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