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색 심화 속…김태흠 충남지사, 중국 찾아가 실리외교

김정모 2023. 7. 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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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는 헤어질 수 없는 관계, 그렇다고 끌려 다니기만 해서는 안돼
노(No)라고 얘기할 수 있으면서 관계 발전시켜 나가야

김태흠 충남지사가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북·중·러 구도의 군사·경제적 대치에 따라 한국과 중국 사이의 냉각기류가 그 어느때보다 싸늘함에도, 선제적으로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을 찾아가 미래 지향적 협력과 실리 외교의 새 물꼬를 텄다.

김 지사의 방중 행보는 한-중 정부간 경색 국면을 뚫고 과감하게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리외교 선봉에 섰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 받는다.
지난 3일 상하이 시청에서 김태흠(왼쪽)충남지사가 궁정 상하이 시장을 만나 상호 경제교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11일 충남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8일 동안 지방외교 정상화와 투자유치 등을 중국 베이징·청두·시안·상하이·항저우를 방문했다. 중국기업 투자유치와 중국에 진출하는 충남의 기업들을 돕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다.

쓰촨성 청두시에서는 중국 서부지역 최대박람회인 제19회 중국서부국제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하고 충남도가 지원해 마련한 ‘충남관’을 방문해 참가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황치왕 쓰촨성장과는 자매결연 5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열리는 청두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있는 청두대학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선수단 숙소, 식당, 편의시설, 교통망, 종합정보센터 등을 꼼꼼히 둘러보며 충청권이 공동유치한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를 위한 벤치마킹 시간을 가졌다.

상하이에서는 궁정 상하이 시장 접견과 만찬 등 우호협력 1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고 상하이와 항저우에 있는 차세대 스마트폰 기업과 이차전지 설비를 제조하는 중국 2개 기업과 4800만 달러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김 지사는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자신의 대중국 외교와 통상 전략을 읽을수 있게 하는 발언을 여러차례 했다.
김태흠(왼쪽 다섯번째)충남지사, 박정현(왼쪽 일곱번째) 부여군수, 차오지 항커테크놀로지 회장이 지난 4일 항저우 항커테크놀로지 본사에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김 지사의 쓰촨성장, 상하이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질 수 없는 관계로, 수교 이후 수십년간 교류해왔다"며 한·중 관계의 중요성과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북경의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 동행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미국 일변도는 불가능하며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가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경색 국면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중국 관계를 잘하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가 중국에 끌려 다니기만 했지, 언제 노(NO)라고 제대로 얘기해 본 적 있느냐”며 “앞으로의 관계는 할 말은 하고 노(No)라고 얘기할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노(No)라고 얘기하면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의 경색국면으로 기업이나 교민들의 어려움이 크지만, 이제부터는 끌려만 가지 말고 오히려 지렛대로 잘 활용해 실리를 챙기는 외교 통상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견해로 해석된다.

김 지사는 중국으로 진출했다가 유턴(U -Turn)하는 국내 기업과 중국 본토외에도 한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어야 국제통상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의 중국 우수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방문지마다 한국과 현지의 경제기관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충남의 장점과 지원혜택을 설명했다.   
김태흠 지사가 지난달 30일 황치왕 쓰촨성장과 자매결연 체결 5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환담했다.
쓰촨성장을 만나는 과정에서는 외교적 결례나 굴종 유도 행위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는데 김 지사의 배짱과 여유, 당당함이 빛났다. 충남도와 쓰촨성의 자매결연 5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던 지난달 30일, 쓰촨성장 접견 1시간여 전에 갑자기 쓰촨성측에서 약속 장소 변경을 통보한 것이다. 충남도와 쓰촨성의 민간합동공연을 관람하고 접견장으로 이동하려했던 김 지사는 변경한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일단 복귀했다. 쓰촨성에서는 당초 접견장소보다 변경한 호텔의 접견장소가 훨씬 좋은 곳이어서 장소를 변경했다는 설명이었다. 후문에 따르면 당시 쓰촨성 청두시에서는 제19회 중국서부국제박람회 행사로 쓰촨성에 중국 공산당 고위간부와 부총리, 국무위원들의 방문이 많아 황치앙 성장의 일정이 빼곡해 장소 변경을 요청했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제19회 중국서부국제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쓰촨성 청두시 박람회장내 ‘충남관’을 방문해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을 격려하는 김 지사.
상황을 파악한 김 지사는 “나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다소 늦더라도 당초 약속장소에서 황치앙 성장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원래 약속 장소로 급하게 달려온 황치앙 시장은 “직원들이 더 큰 회의실에서 미팅하려 한 건데 실수했다”며 거듭 유감을 표명하며 사과했고, 이후 일정은 모두 원만하게 진행됐다.

김 지사는 지난 10일 도청에서 주재한 실국원장회의에서 “중국 기업 투자 유치 등 최근 방중 활동을 통해 거둔 성과에 대한 후속 조치 추진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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