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긴급 대응이 절실한 대동맥 박리

2023. 7. 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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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대동맥 질환 중에서 가장 무서운 질환은 대동맥 박리(剝離)이다. 대동맥류를 관리하는 목적은 대동맥 박리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단 대동맥 박리가 발생하면 빠른 시간 내에 대동맥 파열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 때는 즉사를 하게 된다. 따라서 대동맥 질환의 치료는 대동맥 박리를 예방하기 위해 대동맥류를 관리하고, 박리가 생기면 응급 수술로 파열을 막는 것이다.

모든 동맥은 근육층으로 구성된 중막을 중심으로 그 안 쪽으로 내막이, 바깥 쪽으로 외막이 덮여 있어 모두 3겹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내막이 찢어지게 되면 대동맥 안에 있는 높은 압력의 혈액이 내막과 중막 사이로 밀려 들어온다. 그러면 결국 중막도 손상을 입게 된다. 중막까지 파열되면 외막만으로는 압력을 지탱할 수 없으므로 결국 대동맥 전체가 파열된다.

내막만 손상된 상태가 유지되더라도 내막과 중막 사이를 따라 혈액이 퍼져 나가면서 내막이 혈관 안쪽으로 불룩해지게 된다. 이 불룩한 부분이 대동맥에서 분리되어 나가는 혈관의 입구를 막아 혈액 공급을 차단할 수도 있다. 특히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장의 손상이, 뇌로 가는 혈관의 입구를 막으면 뇌손상이 온다. 신장(콩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척추로 가는 혈관 입구가 막히면 신장이 손상되거나 하반신 마비가 오게 된다.

일단 대동맥이 박리되면 90% 이상에서 갑자기 앞가슴이나 등 부위에 찢어지는 듯한 매우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그 통증이 너무 심해서 실신하기도 한다. 그리고 약 20%에서는 병원에 오기 전에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여서 심각한 상황이다.

병원에 도착하면 먼저 흉부 X선 사진을 촬영한 후에 CT로 확인한 다음 곧바로 수술을 하게 된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초음파나 MRI 검사를 통해 박리 부위의 상태를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지만 급할 상황에서는 CT검사만으로 수술을 결정하게 된다. 다만 심장과 멀리 떨어진 복부 대동맥박리 중에서 일부 환자는 수술 대신 스텐트를 삽입하기도 한다. 스텐트는 내막을 밀어서 중막에 밀착시키는 방법인데 사타구니의 혈관을 사용하여 카데터라고 하는 가는 고무관을 통해 삽입하게 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대동맥류가 심하거나 신장 등으로 가는 혈관과 같은 주요 동맥의 막혔을 때는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수술은 문제가 생긴 부위의 대동맥 대신 인조 혈관을 삽입하는 것이다. 대동맥은 워낙 굵고 혈액 이동 속도가 빠르므로 수술 후에 인조 혈관 부위가 막히지는 않는다. 수술의 가장 어려운 점은 병이 있는 대동맥 부위를 제거하고 인공 혈관으로 치환하는 동안 수술부위로부터 혈액을 공급받는 장기의 혈류가 차단되는 것이다.

특히 상행 대동맥이나 대동맥궁의 부위를 수술할 때는 필연적으로 뇌로 가는 혈관이 차단되므로 심장과 폐의 역할을 대신하는 인공 심폐기를 연결하게 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인공 심폐기를 통해 체온을 아주 낮은 온도인 15~20도까지 낮춰 산소 소모량을 최소한으로 줄인 다음 수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상행 대동맥의 경우에는 대동맥 판막이 같이 손상되기도 하는데 이때는 판막치환술을 같이 병행하게 된다.

척수 신경은 여러 동맥으로부터 혈류 공급을 받지만 그 중에서 하행 흉부 대동맥에서 나오는 동맥이 가장 중요하다. 만일 이 부분의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 하반신 마비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하행 흉부 대동맥의 수술에서는 각별한 주의를 하게 된다.

급성 대동맥 박리는 초기 사망률이 매 시간 1%씩 증가할 정도로 응급 상황이다. 만일 치료하지 않으면 24시간 이내 사망률은 약 25%, 1주 기준으로 50%, 1달 기준으로 75%, 그리고 1년 기준으로는 무려 90%에 이른다.

반면에 적절한 치료를 받고 퇴원하게 되면 대동맥 박리가 없는 연령층과 거의 같은 생존율을 보이게 된다. 5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해도 75~82% 정도로 치료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발병 초기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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