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세상 모든 것이 데이터"…`얼터너티브 데이터`에 주목한다
현준상 하버드 경영대동문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겸 컴플리먼트캐피탈 대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매순간 기하급수적으로 쌓이는 데이터들을 얼마나 활용하면서 살고 있을까?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처럼, 날 것의 데이터는 가공을 거쳐 의미있는 데이터인 정보(Information), 가치있는 정보인 지식(Knowledge), 패턴화된 지식인 지혜(Wisdom)로 단계적인 변화를 거친다.
이커머스 데이터 분석 솔루션 '아이템스카우트'를 운영하는 최경준 문리버 대표(34)와 미국 하버드 경영대 동문 한국엔젤투자협회(하버드엔젤) 회장을 맡고 있는 현준상 컴플리먼트캐피탈 대표(51). 세대차가 느껴지는 이들의 조합은 얼핏 보면 생소하다. 하지만 '얼터너티브 데이터'의 힘에 주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얼터너티브(alternative·대안) 데이터는 재무적 데이터 외의 비재무적 데이터를 의미한다. 신용카드 거래내역부터 위성 정보, 웹사이트에 접속한 트래픽 지표, 소셜 미디어 댓글 등 일반적인 경제지표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정보가 데이터가 되는 셈이다.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내면서 적극 활용한 지표로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최경준 대표는 글로벌 사모펀드 애널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해 블록체인 사업을 거쳐 지난 2019년 이커머스 데이터 분석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아이템스카우트는 방대한 온라인마켓 상품 데이터를 분석해 '아이템 발굴' 및 '키워드 분석' 등 쇼핑몰 운영에 도움이 되는 지표를 온라인마켓 셀러에게 제공한다. 올 3월 기준 분기별 활성사용자(QAU) 약 35만명, 월별 활성사용자(MAU)가 약 16만명에 달했다. 네이버쇼핑 추산 셀러(약 55만명)를 기준으로 분기별 10명 중 6명 이상의 셀러가 아이템스카우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지난 1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최대 매출을 경신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 대표는 "데이터 자체는 인사이트가 될 수 없다"며 "길거리의 사람 수부터 클릭, 조회수, 댓글 같은 것들이 모두 데이터지만, 어떤 데이터를 고르고 휘발성 노이즈를 걸러 어떻게 분석·가공해 어떤 인사이트를 도출할 것인지는 데이터 팀의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인력 위주로 투자를 하고 있지만 향후 커머스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위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고도화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대체투자 컨설팅 회사 컴플리먼트캐피탈을 10년 가량 운영 중인 현준상 대표는 2003년부터 부동산 등 인프라 투자를 주로 해오다가 최근 엔젤 투자에도 나섰다. 대학시절 화학을 전공한 '과학도'라고 본인을 소개한 현 대표는 "가령 '금리 결정으로 어떤 경제 효과가 일어났다' 또는 '비트코인이 오늘 올랐다'와 같이 사회·경제적 분야에서는 자연과학보다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며 "사회과학의 인과관계에 대해 데이터로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이 과학자의 덕목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얼터너티브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대표는 지난 5월 마이크로펀드 투자협약을 체결, 문리버의 데이터 커머스 관련 기술을 활용해 유망 투자상품을 발굴·추천하는 AI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문리버가 자사 데이터분석 지표 '성장강도'를 활용해 발굴한 유망 투자상품과 종목 정보를 현 대표에 제공하고, 현 대표 측은 이를 활용해 얼터너티브 데이터 기반 자체자금 투자운용을 실시하는 일종의 '투자상품 추천' 실험이다. 비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전통 금융시장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새로운 투자 모델인 셈이다. 현재 국내에는 유사한 구조의 투자모델이 없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관련 펀드 등 다양한 비즈니스로의 확장 가능성이 크다.
현 대표는 "과학에 질량보존법칙, 에너지보존법칙이 있듯이 경제와 비즈니스 활동에서도 돈이 몰리고, 또 흩어지고 하는 규칙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동안 일반적인 투자는 가격, 수요, 공급 등을 분석해서 적정 가격을 분석하고 시장이 그 가격까지 접근하면 수익을 보게 되는 구조인데, 금융시장에서 기본적인 지표들이 생성되기 전 인터넷 상의 데이터 트렌드를 분석하고 수요 공급을 예측하는 얼터너티브 데이터를 활용한 투자는 아예 그 이전 단계"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엔젤 투자자와 창업자의 관계지만, 둘의 인연은 깊다. 최 대표는 "8년전쯤 사모펀드에서 일할 때 사수가 현 대표와 하버드와 베인앤컴퍼니(글로벌 컨설팅회사) 선후배 관계여서 편한 분위기에서 몇 번 인사를 나눴다"며 "그 당시엔 창업이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연이 이어지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웃었다.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현 대표의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그는 "현 대표가 '과학자스러운' 접근을 많이 하는데 이런 방식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 대표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동문 40명이 국내 스타트업에 엔젤 투자를 하기 위해 뭉친 하버드 경영대동문 한국엔젤투자협회(하버드엔젤) 회장이기도 하다. 하버드 경영대 동문들이 모인 글로벌 엔젤협회(HBSAA)는 2011년 4개국(미국·영국·프랑스·독일)에 있는 하버드 경영대 MBA 동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협회다. 한국지부에는 고재우 쿠팡 공동창업자, 강문석 전 동아제약 대표, 박지환 전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 대표는 "부동산 인프라에 투자하다가 이제 조금 더 세상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투자를 하고 싶어 인생의 방향성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오랜만에 최 대표를 만났다가 남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얼터너티브 데이터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기존 시스템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는 기운이 느껴졌고,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현 대표 개인적인 투자철학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현 대표는 투자철학에 대해 "확실한 건 '사람'이며, 대부분 오랫동안 지켜봐왔던 사람에게 투자한다"면서 "개인적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사람을 찾아 투자한다"고 전했다.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 묻는 질문에 현 대표는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건 끝도 한도 없고 그렇다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될 것도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내외부적으로 회의론을 많이 접했다"며 "분석 데이터의 양과 깊이를 확장하고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퀄리티를 높여 얼터너티브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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