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소통과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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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미국 대학 학생들을 데리고 아시아 연주 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Bravo!" "Bravi!"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보내는 세련된 관객들이 있어서 연주자들은 그 힘으로 다음 연주를 준비한다.
우리는 연주자와 관객의 소통을 얘기하지만, 평생을 음악가로 또 교수로 헌신한 이 노교수에 대한 기립박수를 끝까지 보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씁쓸함이 아직도 내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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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입장에서는 박수를 매번 곡이 끝날 때마다 쳐야 하는지, 아니면 기다렸다가 스테이지가 끝나는 맨 마지막에 쳐야 되는지 헷갈릴 때도 있고, 또 어떤 곡은 끝난 줄 알고 박수를 쳤던 기억들도 있었을 게다. 관객들의 박수는 연주자들과의 소통이며 연주자들을 격려하고 더 좋은 연주를 위한 기대의 박수일 것이다.
대규모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같이 하는 연주에서는 합창단원들이 나올 때부터 오케스트라가 좌정할 때까지 계속해서 박수를 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끝까지 박수로 응원하는 관객들이 한없이 고맙다. "Bravo!" "Bravi!"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보내는 세련된 관객들이 있어서 연주자들은 그 힘으로 다음 연주를 준비한다.
얼마 전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로 인해 그 주에 있었던 연주회를 하느냐 마느냐를 고민할 때 음악이 단순히 즐거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당한 이들에게 위로도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공연을 올렸다. 물론 참사로 숨진 분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고, 음악회 중 박수는 사양한다는 것을 음악회 시작 전에 공지하였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회가 진행되었고 음악회 후반부에 가서 고려가요 '가시리'(가시리 가시리잇고…날러는 엇디 살라고…) 연주를 애잔한 마음으로 연주하였는데, 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를 힘껏 쳐주셨다. 이 박수는 아마도 이태원 참사로 숨진 분들에 대한 위로의 화답이고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박수였다고 생각한다. 연주자와 관객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끝으로 필자가 경험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소개하겠다. 몇 년 전 합창계의 원로 팔순 음악회로 예술의전당에 갔었다. 제자 지휘자들의 합창단 연주가 끝나고 마지막 연합합창 지휘자로 나오시는 노교수님의 모습을 보는 순간 경외와 축하의 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옆에 앉았던 동료 지휘자도 일어나 함께 열렬히 박수를 쳤다. 그러나 이 경외의 기립박수도 잠시, 안내를 맡은 직원이 황급히 앉으라고 해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직원은 우리로 하여금 뒷자리에 계신 분들이 안 보이니까 앉아 달라고 한 것이었지만, 노교수님에 대한 존경의 기립박수는 순식간에 허접한 돌출행동에 그치고 말았다. 우리는 연주자와 관객의 소통을 얘기하지만, 평생을 음악가로 또 교수로 헌신한 이 노교수에 대한 기립박수를 끝까지 보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씁쓸함이 아직도 내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다.
박종원 서울시합창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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