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양성... "기존 의대서 해야" vs "연구중심의대 신설해야"
의사이자 과학자인 ‘의사과학자’는 기존 의대에서 배출해야 한다는 의견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특성화대학을 신설해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1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3 과학기자대회’에서 의료계 주요 현안 중 하나인 의사과학자 양성 문제에 대한 전문가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혁신형 미래의료연구센터를 구축해 전주기 의사 양성 체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의사(MD)와 이공계 박사(PhD)가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의사과학자를 육성하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도 별도로 융합형 의과학자 양성 사업을 운영하며 의사과학자 배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방법에 대해선 의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은 이날 발표를 통해 “복지부에서 의사과학자를 정확히 정의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아직 정의조차 모호하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의사과학자 정의에 대해 “업무의 70~80%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의사”로 “복지부는 전일제 박사 과정을 마쳐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한 사람으로 정의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한상 연세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기존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어야 의사과학자라고 정의했다. 그는 “나 아니면 대체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는지, 도전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사과학자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신 이사장은 반도체, 자동차 등을 합친 것보다 큰 바이오헬스 시장의 잠재성을 꼽았다. 현재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37%, 글로벌 상위 10대 제약사 CTO의 70%가 의사과학자라는 점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은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의사과학자 유형으로는 의사면허증은 있지만 환자는 보지 않는 기초의사과학자와 진료를 병행하는 임상의사과학자가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임상의사과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신 이사장은 "임상의사과학자는 감염병 등으로 위험할 때 의료현장에서 미충족 수요가 뭔지 파악하고 진료 및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진단, 치료 방법들을 개발할 수 있다"며 "이런 의사과학자를 키우려면 전국 의대 40곳 중 연구역량을 갖춘 곳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의대를 활용하면 해당 대학 내 공대 등과 융합연구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토론에 참여한 정구희 SBS 기자는 “과학을 전공한 사람 입장에서 우리나라에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같은 곳이 없다고 본다”며 “대학병원에서는 병원 운영 문제 등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없다. 카이스트, 포스텍 등에서 의과학연구실을 만들어야 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의학 관련 연구들을 하고는 있지만 별도의 의학연구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이사장은 “현재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보면 아쉬운 면이 많은데, 의학 연구가 그 중 하나로 들어가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이미 40개 의대가 있는데 새로 의대를 신설하는 건 중복 투자일 수 있다. 국가 재원을 활용할 땐 어떤 게 합리적인지 살펴야 한다“고 반박했다.
병역 문제는 의사과학자 육성의 또 다른 장벽으로 꼽힌다. 사병 18개월, 군의관 39개월 근무 차이는 의사과학자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신 이사장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박사와 전문연구요원 과정을 하며 군 면제 혜택을 주는 사례가 있다“며 ”병역 등에 인센티브가 있어야 동기 부여가 생긴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의대 통합 6년제 등을 계기로 학생 때부터 연구를 할 수 있는 마인드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과학자는 병원 개업 등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의사로 돌아가는 퇴로가 존재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정통령 질병관리청 위기대응총괄과장은 “의사들은 의사과학자가 아닌 다른 일로 얻을 수 있는 금전적 혜택이 있어 이탈률이 높다”며 “사명감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여건에 처할 수 있다. 금전적 문제를 회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 역시 “퇴로가 있는 사람을 잡아두려면 유지 대책이 필요하다”며 “젊은 연구자에게 연구석좌교수 등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상황을 범부처가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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