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소품에서 유난한 기쁨을 찾는 청년 작가

박찬은 시티라이프 기자(park.chaneun@mk.c 2023. 7. 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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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스위치, 수건, 물컵 등 일상 새롭게 바라봐
조우이 초대전 [일상의 느린 감상 Slow Looking]
모노타이프, 에칭, 아쿼틴트 등 까다로운 판화 기법 선택
1997년생 작가의 생애 첫 초대전...갤러리 단정에서 24일까지

1997년생, 명백한 MZ세대다. 디지털과 스피디한 의사 소통, 직설적이고 확실한 취향. 하지만 1997년생 조우이 작가는 작고 평범하고 느리고 비어 있는 것들을 들여다 본다. 그리고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판화 작업을 택한다.
북촌에 위치한 갤러리 단정에서 그녀의 첫 초대전 ‘일상의 느린 감상 Slow Looking’ 전이 열리고 있다. 판화와 회화의 중간쯤, 자신에게 기쁨과 평안을 주는 물건들을 기록하기 위해 까다로운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청량하고 다정한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자.
정물. 70 × 50cm. 종이에 모노타이프.
일상의 작은 소품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과 사색
조우이 작가 생애 첫 번째 초대전
정독도서관 왼쪽 골목 구석에 위치한 갤러리 단정(丹井) 자리에는 조선시대 궁궐의 꽃과 과일을 관리하던 ‘장원서’가 있었다. 그 내력에 맞춰 개관 기념 기획전의 주제도 꽃으로 잡았던 이영란 관장은 마치 예술의 꽃망울을 틔워 올리는 우물을 꿈꾸듯 늘 새로운 작가들을 찾아 헤맨다.
서울에서 활동하거나 이미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들보다는 광주나 제주, 영국과 인도네시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장 작가들에게 주목해온 이 관장이 청년 작가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마찬가지. 세계적으로 K팝과 K컬처가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가진 잠재력에 집중,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것이다.
여름의 맛. 32×43cm. 종이에 모노타이프.
갤러리 단정이 ‘2023 청년 작가 응원전’ 첫 번째 작가로 선택한 조우이 작가 역시 올해 막 대학원을 졸업한 신예다. 이 관장이 조우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마주한 곳은 예술의전당 ‘청년 미술상점’ 전. 빈 컵, 의자, 서랍, 옥상의 전깃줄, 늘 껐다 켜는 화장실 옆 스위치. 사소한 물상이 주는 작은 기쁨에 집중하는 이 청년 작가에게 이영란 관장은 반해버렸다고 고백한다.
“작가가 주인공으로 삼는 작품들은 추상적이거나 거창하지 않아요. 잠을 자고 일어나 가는 화장실 수도꼭지와 벽에 걸린 수건, 소란하지 않게 일상에 자리하고 있는 선반 위 물건들. 작가가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순간 그 물건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농도의 빛과 그림자로 채워지죠.”(이영란 관장)
물병. 29.7×21cm. 종이에 모노타이프.
일상의 물건들은 그 순간 주변 소음조차 잊게 만드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작가는 그 순간을 채집하고, 개인의 취향이 묻은 물건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까다로운 판화 기법으로 일상을 들여다보다
한번에 단 한 번의 작품만 나오는 ‘모노타이프’ ‘에칭’ 사용
소재는 일상에서 친숙하고 쉽게 발견되지만, 조우이 작가가 그 순간을 기록하는 방법은 매우 까다롭다. 판화는 한 번의 판 작업으로 여러 개의 작품이 나오지만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한 번에 단 하나의 작품만이 나오는 일회성 판화 기법이 대부분. 갖가지 화학 작품을 만져야 하는 데다, 결이 다른 패턴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번 작업을 반복해야 하며 표현에도 한계가 많아 작가의 생각을 100% 담아내기에도 힘들다. 이 번거롭고 힘든 작업 과정을 그녀는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물건들의 이미지로 긁고 채운다.
화병1. 45×34.5cm. 종이에 모노타이프.
판에 그림을 새겨 종이에 인쇄하는 아크릴판에 물감을 바르고 찍어내는 판화와 회화의 중간 기법인 ‘모노타이프(monotype)’는 한 번에 단 한 장의 작품만 얻어낼 수 있어 특히 까다로운데 빨강과 검정, 각기 다른 패턴을 지닌 부엌 선반 위 물건들을 기록한 ‘정물’, 컵 속에 들어가 있는 얼음이 청량한 ‘물병’, 다양한 컬러감이 인상적인 ‘화병1’ 등을 모두 이 모노타이프 방식으로 작업했다.
동판에 부식 방지액을 바른 뒤 뾰족한 도구로 긁어내며 이미지를 그린 뒤 나중에 산으로 녹이는 ‘에칭 (Etching)’, 동판에 송진가루를 뿌려 표면에 오돌토돌한 거친 입자의 질감을 만든 뒤 부식시켜 만드는 ‘아쿼틴트 aquatint’ 작업 역시 까다롭긴 마찬가지. 조우이 작가의 작품 중 ‘Bathroom’과 ‘CUP’은 에칭과 더불어 좀 더 수채화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는 이 아쿼틴트 기법으로 작업했다. 공통점은 사물을 보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
CUP. 48×34cm. 종이에 아쿼틴트, 에칭, 스핏바이트.
“길을 걷거나 비를 맞을 때, 이른 아침 욕실에 들어섰을 때,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등 일상의 조각들을 장소와 함께 기억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조우이 작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2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저렴한 가격에 무더위와 장마가 계속되는 여름에 잘 어울리는 청량한 작품을 소장하고 청년작가 응원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가의 생애 첫 초대전에서 일상의 작은 설렘과 기쁨을 발견해 보자. 전시는 24일까지 갤러리 단정에서 이어진다.
선물. 41.5×28cm. 드라이포인트.
“저는 느리게 저만의 속도로 세상 보기를 좋아합니다. 일상에서 채집한 사진 속 순간이 종종 저의 작품 속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일상을 담는 것만으로는 작품 속에 소소한 행복과 뜻밖의 기쁨을 오롯이 작품에 담기 어려웠습니다.
아쉬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흔히 보는 사물을 느리게, 자세히 감상하기 위해 다채로운 작업이 가능한 판화 기법으로 사물을 표현했습니다. 매일 만나는 욕실, 낡은 의자와 서랍, 커피잔, 고깔 표지판, 스위치 등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당신의 익숙한 경험과 마주해 보세요. 작은 것에서 찾아내는 기쁨을 누리시게 될 거예요. -작가의 말 中-
MZ다운 발랄함이 돋보이는 개관전 오프닝 사진. 좌로부터 두 번째가 갤러리 단정 이영란 관장, 세 번째가 조우이 작가다(갤러리 단정 제공)
profile 조 우 이 Cho Wooi (B.1997)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판화학과
Solo Exhibition 2020 [출전] 너무 허무했던 그곳의 기억, 갤러리 아터테인S
Group Exhibition & Art fair
2023 계절을 넘어서 – 연대합니다, 삼각산 시민청
TEXTURE Printmaking Studio Exchange Program, MBmore, Taipei
2022 IPC 2022 IPC International mini print , NTNU The-Chun Art Gallery
2021 부산프린트아트페스티벌, 금련산역갤러리
제5회 뉴드로잉 프로젝트, 장욱진미술관
유니온아트페어
2020 연희아트페어, 갤러리 아터테인
제2회 울산 아시아 판화제, 라온 갤러리
을지아트페어 (을지트윈타워)
2019 잊지 않은 것에 관한 그림-들, 노원문고 문화플랫폼 더숲
2018 스물두살의 유월, 류미재 갤러리
메타디스코스, 사이아트 스페이스
2017 December 12월전, 갤러리 일상
Other experience 2023 청년미술상점 (예술의 전당)
조우이 초대전 <일상의 느린 감상 Slow Looking> 포스터
조우이 초대전 <일상의 느린 감상 Slow Looking>
장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5가길 8-7 갤러리 단정
일시: 2023년 7월1일~7월24일

[글 박찬은 기자(park.chaneun@mk.co.kr)]
[이미지제공 갤러리 단정(@gallerydanjung)]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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