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新안보질서 박차…"나토와 군사정보 공유 획기적 강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을 체결했다. 나토와 대테러·신흥기술·사이버방위 등 11개 분야에서 협력을 구체화하는 것으로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안보 블럭'을 한층 강화하는 취지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기본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AP4(아시아태평양파트너국,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대서양에서 나토와 각각 안보 공동전선을 강화해 북한·중국·러시아 등 공산·권위주의 국가들의 블록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11일 오전(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리텍스포에서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나토에 초청을 받았다. 작년에 첫 번째 초청을 받았을 때는 한국과 나토의 유대관계,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를 확인한 것"이라며 "이번 나토 참석은 ITPP 개별 맞춤형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서 협력의 틀을 제도화하고 나토와 군사정보·사이버 분야의 협력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서양의 안보와 인도양, 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같은 인태지역의 국가들과 나토와의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나토 회의가 글로벌 안보와 신흥 안보 분야에 대해서 의미 있는 논의가 있기를 바라겠다"고 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한국은 나토의 중요한 파트너"라며 "안보는 지역적이지 않고 글로벌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파급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님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적인 침략을 규탄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도 나토 동맹국과 전 세계에 영향을 준다. 이번 계기에 새로운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체결하게 되는데 다시 한번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과 나토 간에 체결한 ITPP는 2012년부터 맺어온 한-나토 간 개별 파트너십 협력 프로그램(IPCP)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과 함께 접촉국가로 지정됐고 나토는 이들 개별 나라와 IPCP를 체결해왔다. 하지만 2020년 이후 나토는 이를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면서 실질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유사입장국으로서 파트너십 발전 △규범 기반 국제질서 유지 및 공동 안보 도전 대응 △상호운용성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추진 △NATO가 우리의 담대한 구상 지지 등이다.
11개 협력분야는 대화와 협의, 대테러 협력, 군축·비확산, 신흥기술(데이터, 인공지능, 우주, 미사일, 양자기술 등), 사이버방위, 역량개발 및 상호운용성, 상호운용성을 위한 실질협력, 과학기술, 기후변화와 안보, 여성평화안보, 공공외교 등이다. 새 파트너십 프로그램에서는 실무·고위급에서 정무·군사 분야 정례회의가 개최되고 나토의 대테러 훈련이나 나토 주도 훈련에 우리 국군의 참여 등이 추진된다.
특히 군사정보 공유 확대가 논의된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나토와 군사정보 공유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기반으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한편 또 다른 축으로 나토 동맹국들과도 정보공유를 확대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에 정보공유를 극대화하는 방향이다.
대통령실은 "이전 IPCP가 협력분야를 단순 나열하였던 것과 달리 ITPP는 협력 분야에 대해 협력 목표, 전략목표, 세부 사업내용, 사업 이행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한-나토 간 협력을 구체화하는 것"이라며 "협력 분야별 주무 부처와 협조부처를 명시해 책임있는 이행을 확보하고 유효기간도 상대적으로 길어(4년) 나토 측과의 장기적인 차원에서 협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가치 기반' 글로벌 안보 전략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순방에서 계속된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계기로 AP4(아시아태평양파트너국,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동도 주재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0일 밤 현지 브리핑에서 "글로벌 안보강화에 거점 역할을 AP4가 맡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정상회동을 직접 주재하면서 연대와 협력 의지를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은 "아태지역 국가와 나토의 협력강화는 대서양 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가 긴밀히 연계돼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며 "나토 회원국, 파트너국가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공조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에게도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국제사회가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에게 한국의 '국제 사이버 훈련센터' 설치와 국제 사이버 훈련 개최 구상을 설명하고 나토의 사이버방위 협력센터(CCDCOE) 간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아시아 최초(2022년)로 나토 사이버방위 협력센터에 가입한 한국의 역할을 평가하고 초국경적 위협인 사이버안보 분야에서의 양자 간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빌뉴스(리투아니아)=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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