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비용 수억원…첨가제 개발 눈물 머금고 포기"
화관법·화평법에 막혀
中企 신제품 개발 손놔
韓 제조 뿌리산업 휘청
◆ 킬러규제 현장점검 ◆
경기 안산에서 염료·안료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A사는 최근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수도 있는 사업 기회를 포기했다. 일본 협력사로부터 난연제·가소제·열안정제·자외선 차단제 등 플라스틱 첨가제에 대한 신제품 개발 제안을 받았지만 당장 신규 화학물질에 대한 시험자료 생산에 소요되는 수억 원의 비용에 발목을 잡혔다.
A사 대표는 "개발 과정에서 요구되는 유해성 평가와 시험자료 등록 등 행정 비용이 사업으로 인한 연간 이익보다 많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토로했다. 일본 업체는 결국 중국 업체와 손잡고 기술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물질 전반의 위해성 분석과 통제를 대폭 강화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대표적인 '킬러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평법·화관법은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연간 0.1t 이상의 신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려면 해당 물질의 특성과 유해성에 관한 자료를 작성해 국립환경과학원에 등록해야 한다. 문제는 한 개의 화학물질 등록 비용만 해도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매출이 적은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또 화학물질을 등록하려면 물질의 특성과 유해성 등을 담은 자료를 첨부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자료만 최대 47종에 달한다.
이로 인해 표면처리, 염료·안료 등 다품종·소량 생산 기업이 대다수인 국내 화학물질 제조사들이 과도한 비용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제품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소기업은 반도체, 자동차, 가전, 섬유 등 국내 제조업 전반을 지탱하는 대표적 뿌리산업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유럽과 동일하게 1t으로 완화하고 획일적인 유독물질 지정·관리 체계를 △급성 △만성 △생태 등 독성 유형에 따라 나눠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경부는 이르면 이달 말 화관법·화평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화평법·화관법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민간에서 아우성"이라며 "기업들 부담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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