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 中견제 반사이익에 85조 빨아들여 … 한국은 3조 '찔끔'
북미·유럽 주요 연기금
경제재개 효과 작은 中 탈출
외국인 12주째 日증시 순매수
버핏효과에 슈퍼엔저까지
닛케이 2분기 상승률 18%
인도에도 17조원 넘게 몰려
韓증시는 삼성전자만 편애
◆ 글로벌 자금 이동 ◆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올해 들어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버핏은 그 대신에 2분기(4~6월)부터 미쓰비시, 이토추 등 일본 5대 종합상사 주식을 쓸어 담았다. 버핏을 필두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2분기 일본 증시에 쏟아부은 자금은 무려 660억달러(약 85조원). 그 덕분에 닛케이225 지수는 3만3000을 웃돌며 1980년대 말 버블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2분기 글로벌 자금의 아시아 증시 투자 흐름을 분석하면 '탈(脫) 중국'과 함께 일본·인도 부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블룸버그·윈드(WIND)·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글로벌 자금의 주된 행선지는 중국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2020~2022년)간 일본, 한국, 대만 등에서 외국인이 투자금을 대거 회수하던 시기에도 중국에는 1100억달러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올 1분기까지만 해도 중국에는 외국인 자금 273억달러가 유입됐다. 이 기간 일본에서는 200억달러 넘는 자금이 유출됐다.
글로벌 머니 재편이 시작된 것은 2분기 들어서다. 공교롭게도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디리스킹(De-Risking)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이다. 반도체, 2차전지 등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작업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고, 중국 리스크에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면서 "북미의 주요 연기금들이 공식적으로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인 점이 통계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 중 연기금은 장기 투자자금, 헤지펀드는 단기 투자자금으로 인식된다. 글로벌 머니 움직임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중국을 떠난 글로벌 머니 중 일부는 북미, 유럽 등 선진국 증시로 유턴하고 일본, 인도, 대만,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투자처를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최근 최고점에 근접하고 있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증시와 함께 아시아 각국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2분기 외국인 자금 유입액과 각국 증시 상승률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는 외국인 자금이 660억달러나 몰렸고, 닛케이지수 2분기 상승률은 18.3%에 달한다. 시가총액 1위 기업 도요타자동차가 최고가를 경신했고 종합상사(38.7%), 철강(34.9%), 기계(33.7%), 전기 기기(33.4%) 등 주요 업종 주가가 올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에 머물고 있는 기업에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요구하는 등 주가 재평가를 통한 외국인 자금 유치에 총력을 펴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3월 마지막 주 이래 12주 연속으로 일본 증시에서 순매수했다. 이 기간 일본 닛케이지수는 21% 올랐는데, 같은 기간 나스닥 상승률을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다. 이때 일본으로 들어간 자금 중 70%는 유럽계 연기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2분기 흐름이 지속되면 버블의 정점이었던 1989년 말 찍었던 최고점(3만8915)을 넘어서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기대감도 있다.
같은 기간 136억달러(약 17조5000억원)가 들어온 인도 센섹스지수 상승률도 9.7%로 나타났다. 인도 증시에는 작년 하반기에 외국인 투자자금 115억달러가 투입됐는데, 올 초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중국으로 자본이 몰릴 때만 잠시 자금이 빠져나갔던 것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유입됐다. 올 2분기에는 자금 136억달러가 유입돼 한국, 대만보다도 많은 자금이 몰렸다. 올해 2월 이래 누적 순매수(157억달러)로는 신흥국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 덕분에 인도 증시는 역대 최고점을 경신 중이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50년 후 인도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장기 성장 기대도 높은 편이다.
대만 증시의 든든한 뒷배도 역시 외국인 자본이었다. 올 들어 대만 증시에는 1분기 79억달러(약 10조원), 2분기 32억달러(약 4조원)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려들었다. 경제 규모는 한국이 더 크지만, 외국인 투자자금은 대만으로 더 많이 몰렸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은 올 상반기 79억달러(약 10조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6월에는 외국인 자금이 순매도에 나서 2분기 유입액은 24억달러(약 3조원)에 그쳤고, 그마저도 삼성전자 한 종목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를 찾을 수 있도록 증시 재평가 노력을 전방위로 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자금이 등을 돌리고 있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상반기 다른 주요국 증시가 크게 오르는 가운데 오히려 2%가량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 자본 유출에다 리오프닝 이후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리오프닝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로 지난 1월에는 5년 내 최대 규모로 외국인 자금이 몰리기도 했지만, 예상을 하회한 경제지표 등으로 4월과 5월에는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됐다. 국제금융센터는 글로벌 투자은행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청년실업 증가, 소득증가율 부진 등을 감안할 때 중국 소비 회복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최희석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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