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소사선 개통 열흘···“급행 말고 일반 이용하라니···일차원적 사고”
급행·일반열차 늘려도···전문가들 “미봉책”
“급행 대신 일반 타라” 안내에 시민들 ‘싸늘’
“광역교통망, 도시계획과 연계해 수요 예측을”
경기 고양 대곡역과 부천 소사역을 잇는 서해선(대곡소사선)이 지난 1일 개통한 지 열흘이 지났다. 국내 최초로 5개 노선(5호선·9호선·공항철도·김포골드라인·대곡소사선) 환승역이 된 김포공항역은 출퇴근 시간대마다 극심한 혼잡에 시달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열차 증편·증차 대책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혼잡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 교통 분야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1일 오전 8시를 조금 넘은 시간 김포공항역 9호선 중앙보훈병원행 열차 승강장에는 스크린도어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출입문에만 50명 넘는 승객이 줄선 곳도 있었다. 대곡소사선·5호선·김포골드라인 승객들이 합류하는 에스컬레이터 출구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급행열차 탑승 경쟁도 치열했다. 급행열차임을 알리는 안내음이 울리자 대기줄에 서 있던 사람들은 스크린도어에 바짝 붙어 섰다. 맨 앞줄에 서 있던 이모씨(38)는 “대곡소사선 이후에 승객이 확 늘어 매일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전 급행열차를 놓쳤다는 류모씨(31)는 “늘 붐빈다. 그려러니 하고 타야 한다”고 했다.
열차 내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다음 급행 정차역인 가양역에서 승객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한숨과 신음이 터져 나왔다.
9호선 급행 선호, 대체재 없는 이상 불가피···열차 추가해도 ‘미봉책’
대곡소사선 개통 후 9호선 혼잡은 예견된 일이었다. 개통 후 첫 출근일이던 지난 3일 김포공항 이용객은 한 주 전에 비해 26.1% 늘었다. 서울시는 급행열차와 일반열차를 이달 말 1회씩 늘리고 신규 전동차 48칸(6칸씩 8편성)을 연내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혼잡도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황은 이미 9호선 2단계(신논현~종합운동장역) 구간이 개통했던 8년 전 모습의 ‘데자뷰’라는 것이다. 2015년 당시 9호선 평균 혼잡도는 240%로 서울시는 열차 증회 운행과 전동차 추가 투입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이후에도 9호선 평균 혼잡도는 200%를 넘어섰다.
열차 내 혼잡도는 차량 편성 대비 승차인원으로, 9호선은 현재 6량 열차에 922명이 탑승한 경우를 100%로 산정한다. 9호선은 사실상 정원의 2배 이상이 승차를 하는 셈이다. 9호선이 ‘지옥철’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교통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도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강남 집중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9호선이 서울 외곽과 강남을 ‘급행’으로 연결하는 간선 역할을 도맡고 있다는 것이다.
민재홍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은 “9호선이 강남 등 주요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승객이 몰리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며 “서울의 철도 네트워크가 길어진 데 비해 속도 경쟁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9호선 급행 선호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도시 계획과 9호선 설계가 맞물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포한강신도시 인구가 급증한 데 비해 광역교통망이 수요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김포골드라인 실패가 대표적이다.
앞으로도 대장홍대선·신안산선 등 9호선과 연결되는 신규 철도 노선들이 계획돼 있다.
“급행 대신 일반 타라” 안내에 시민 반응은 ‘싸늘’
일각에선 9호선 급행열차를 줄이고 일반열차를 늘리는 방안도 제기한다. 실제로 김포공항역 승강장 곳곳에는 일반열차를 이용하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급행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안전을 위해 일반열차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방송도 나온다. 서울시에서도 과거 혼잡도 감소 대책으로 지하철 일반열차화를 추진하다가 철회한 바 있다.
반응은 싸늘하다. 직장인 정모씨(32)는 “급행을 타는 시민들의 니즈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1~2분 환승 차이가 10~20분 차이를 만드는데 너무나 일차원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수도 “소비자의 선택 행위가 무시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광역 교통망 구축을 도시계획과 연계하지 않으면 ‘제2의 9호선’ ‘제2의 김포공항역’ 탄생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수도권 광역지자체가 광역교통망 계획을 각자 수립하면서 유기적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기민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되면 서울역·여의도역·삼성역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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