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싹쓸이하는 각국 중앙은행 … 금괴 사들여 자국에 보관

해외자산 동결 우려 커지자
파생상품 투자보다 실물 선호
金 허브 영란은행 보유 12%↓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대량으로 매집한 데 이어 실물을 본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안으로 금에 투자하고 있고, 러시아처럼 해외 자산 동결 우려 문제로 금 관련 파생상품보다 실물을 선호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자료를 인용해 2020년 50%였던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자국 내 금 보유 비중이 올해 68%까지 상승했고, 5년 뒤엔 74%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드 링그로 인베스터 책임자는 "중앙은행들은 작년까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 파생상품으로 투자하는 것을 선호했다"며 "올해는 물리적인 금을 보유하려는 의지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해외 자산이 동결되면서 나타난 반응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해외에 보유한 자산 3000억달러가량을 동결시키는 제재를 단행했다.

FT는 57개국 중앙은행과 85개 국부펀드 투자자 조사에서 96%가 러시아의 자산동결·몰수 사례에 '우려'를 표했고, 안전한 투자처로서 실물 금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들이 지난해와 올 1분기 높은 인플레이션과 채권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 투자처로 기록적인 금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과 튀르키예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에서 20%를 차지했다. 싱가포르, 인도, 중동 지역의 중앙은행도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한 서방국의 중앙은행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금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금을 런던에 보관했다"면서 "이제는 안전하게 금 보유량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으로 이전시켰다"고 전했다. 세계금평의회(WGC)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앙은행들의 금 구매와 투자로 전 세계 금 수요가 2020년 3678t에서 지난해 11년 만의 최고치인 4741t까지 치솟았다"며 "금에 대한 실물 투자 인기로 금 ETF에서는 금 300t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실물 금 보유 선호 현상에 전 세계 금 보관 허브 중 하나인 영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2021년 정점을 기준으로 12%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