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파출소 없는 자치경찰은 무의미” 이형규 전북 자치경찰위원장 성토
“인력과 재원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자치경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유명무실해질 것이 뻔하다.”
이형규 전북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은 11일 자치경찰 출범 2년을 맞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정책이나 제도가 있으나 마나 해 주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것”이라며 이같이 성토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국무총리실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추진 중인 이원화 시범 사업 권고안에 대해 “자치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지구대·파출소가 자치경찰위원회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면 자치경찰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지구대·파출소는 주민 생활과 밀접해 자치경찰의 상징이 됐는데, 이를 국가경찰이 관할하면 순찰 등 범죄 예방 기능이 오히려 악화하고 지구대·파출소가 본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자치경찰위원회는 2021년 7월 출범했으나, 국가경찰이 자치경찰 사무를 전담하는 일원화 모델이어서 제도적·운영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현 정부는 자치경찰권 강화를 국정 과제로 선정해 세종, 강원, 제주 3개 특별자치 시도를 대상으로 하는 자치경찰 이원화 시범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전북은 지난해 12월 28일 전북특별법 통과로 특별자치도로 격상돼 경찰제도발전위가 지난 4월 이원화 시범 지역에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4개 시도지사들은 자치경찰 이원화 시범 사업에 대한 공동 건의안을 마련해 경찰제도발전위에 전달해 채택을 요청하고 권고안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단체장은 “이번 시범 실시는 지방분권 강화 차원이라는 큰 틀에서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건의안에 따르면 현행 경찰법 등에 규정된 자치경찰 사무를 실질적으로 이관할 것을 요구했다. 파출소와 지구대, 112치안종합상황실이 실제로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고 있는데도 국가경찰로 분류되는 것은 모순이라는 시각에서다. 주민이 일상에서 가장 체감할 수 있는 학교폭력 등 청소년 범죄와 가정폭력, 아동학대, 교통 관련 범죄 등 자치경찰 사무 권한을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자치경찰과 관련한 인력도 정원으로 모두 이관할 것을 요구한다. 시도 경찰청과 경찰서 생활안전·교통·경비·수사, 112치안종합상황실, 지구대·파출소 인력은 물론 경무·홍보·청문감사 부서 등 자치경찰 사무를 지원하는 인력까지 정원으로 이관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인사권에 대해서도 시도지사가 자치경찰 신규 채용과 승진, 전보, 징계 등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자치경찰본부장, 자치경찰대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재원 확보 역시 필수 불가결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인력 이관에 따른 인건비와 운영비 전액을 균특회계 계정으로 국비로 지원하고 자치경찰관 강화를 위한 국정과제에서 정부 약속대로 자주재원 확보를 위한 과태료·범칙금을 이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위원장은 “이번 이원화 시범 사업은 지방분권 강화라는 큰 틀에서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를 추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그만큼 이번 건의안이 대통령 주재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이원화 시범 실시안이 확정되면 구체적인 실시 단계에서 시군과 자율방범대 등 치안협력단체, 지역 주민, 일선 현장 경찰공무원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사업을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북자치경찰위는 지역 실정에 맞는 도민 체감형 치안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 공모를 오는 18일까지 진행해 상설협의체,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은 스쿨존 속도제한의 탄력적인 운영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대책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해 발굴할 방침이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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