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 "부산 이전 타당성 있다면 반대 않을 것"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에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이유를 우리에게 제대로 설명해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강석훈 회장은 물론이고 금융위원회 등 정부에서는 제대로 된 설명 한번 없었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동조합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산은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해 6월 강석훈 산은 회장 출근 저지로 시작한 '부산 이전 반대' 아침 집회를 1년 넘게 이어왔다. 30분가량 진행되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야 하지만 여전히 매일 300~400명이 참석할 정도로 직원들의 호응이 높다. 부산 이전을 막겠다는 직원들의 의지가 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
일각에서는 지방으로 내려가기 싫은 산은 직원들의 기관·지역이기주의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산은이 지방이전을 추진하면서 인력 이탈이 심화되고 있기도 하다. 산은에서 퇴사하는 인력은 연평균 30명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100명 가까이 나갔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50명 이상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석훈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공기업 선호도가 떨어지고, 시중은행 대비 낮아진 임금 수준을 원인으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임금도 중요하겠지만 산은 직원들 중에는 국가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강 회장의 발언이 직원들의 사기와 자존심을 더욱 깎아내렸다"고 비판했다.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산은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은이 처음부터 부산에 있었다면 지원하지 않았을 사람들이 퇴사를 서두를 수 있겠지만 그건 그 사람들이 선택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책금융에 특화된 인력들이 계속해서 빠져나가면 기관 경쟁력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산은 노조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산은이 부산으로 내려가면 서울에 있는 거래처의 73%가 거래 금융기관을 바꾸겠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시장에서 도태되고, 수익이 감소하고, 그동안 거래하던 기업들도 영향을 받고, 결국은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우리의 목소리는 이같은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지 단순한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고 힘줬다.
강 회장이 취임 이후 사측의 일방적으로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 한번 내지 않은 임원들의 모습도 직원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겼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임원들도 부산 이전이 산은 경쟁력에 미칠 영향력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자리보전을 위해 입을 닫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임원이라면 은행의 책임자이고 큰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임원 한명 없는 것에 실망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산은 노조는 법적 다툼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앞서 법원에 사측의 '직원 부산 발령', '경영협의회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가 모두 기각됐다. 이에 대해 가처분 항고는 물론 본안 소송도 제기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산은 정관에는 본점에 둬야 할 부서들도 명시하고 있고, 법 개정 없이 이와 관련된 부서들을 부산으로 내려보낸 것"이라며 "법원이 가처분 소송에 대해서는 빠른 결론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 있었던 만큼 본안 소송으로 확실히 다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내년 총선 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노조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오히려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2차 지방이전 공공기관이 결정되면 함께 연대해서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산은만 타겟이 될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면서 "국회 입장에서는 총선도 신경 써야 하는 만큼 우리도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은 노조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당원 가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한 정당을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고 산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서도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당은 문제가 안된다"면서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은 결국 국회에서 처리애햐 하기 때문에 우리의 목소리가 커지면 의원들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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