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성장의 화두
오래전 뉴욕 맨해튼의 한 소극장에서 열린 글로벌 미팅에 참석할 때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객석에서 한 명씩 일어나 자기 소개를 하는 '빅 헬로(Big Hello)' 시간. 세계지도상에 수많은 나라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제야 글로벌 회사에 다닌다는 게 새삼 실감 났다. 회사가 어떻게 이 다양함을 잘 요리해서 일의 성과를 낼지 궁금했다.
최근 주변에 "회사에서 인간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라떼는 말이야~' 세대인 한 임원은 "예전엔 '이렇게 하자'고 말하면 끝날 일이었는데 일일이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했다. 모임에서 만난 한 젊은 후배는 "특정 세대는 이럴 것이라고 규정하고 다르게 대우하는 게 더 부담된다"고 했다.
이렇게 다들 내 입장에선 타인과의 다름 때문에 속을 끓이고 고민하지만, 어찌 보면 그런 나 역시 상대방 입장에선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다름의 대상'일지 모른다. 최근 많은 기업 및 조직에서 화두로 삼고 있는 DE&I(Diversity, Equity & Inclusion·다양성, 형평성, 포용성)는 바로 이 '다름'에서 시작한다. 물론 방점은 그 다양성을 개인과 조직이 어떻게 '포용'하는지에 찍힌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DE&I를 곳곳에서 강조할까. 물론 기업 문화 관점에서 다양성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회사가 지향하는 DE&I의 본질은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대하며 최적의 기회를 부여해 창의와 혁신을 이끌어내고, 개인들이 자신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와 능력을 극대화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도약을 꾀하는 데 있다. 한때 침체기를 겪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를 다시 정상에 올려놓은 사티아 나델라 CEO는 2014년 취임 때부터 이 DE&I를 '기업의 영혼'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회사에선 회사의 매니저 평가 시스템에 DE&I 항목이 포함돼 있다. 다양성을 얼마나 포용하는지가 리더로서의 능력과 그릇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또한 서로의 편이 되어주자는 '얼라이십(Allyship)', 어려운 주제를 회피하지 않고 꺼내놓게 하는 '스트레이트 토크(Straight Talk)', 구성원의 소속감을 높이는 '린인(Lean In) 서클' 같은 구체적인 방법들로 회사는 다양성이 환영받는 '두려움 없는 조직' 풍토를 만들고자 한다. 직원들 또한 다양성 포용에 가장 큰 걸림돌인 '무의식적 편견(Unconscious Bias)'이 내 안엔 없는지를 워크숍 등을 통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되돌아보게 한다.
DE&I는 회사뿐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최근 만난 외국인 동료는 말했다. "저는 DE&I를 댄스파티에 비유해보고 싶어요. 이왕 파티에 초대됐다면 다 같이 리듬에 맞춰 춤을 춰야 해요. 혹시 누가 뒤편에 외롭게 서 있다면 손을 잡아 이끌어주세요. 그게 포용(Inclusion) 아닐까요?"
[황성혜 한국존슨앤드존슨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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