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고속도로 노선을 국토부·양평군 중 누가 바꾸자고 한건가요? [취재후]

이슬기 2023. 7. 11. 17: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291회 양평군의회 본회의(2023.2.11)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논란이 된 직후, 국토부는 우리가 변경하려던 게 아니고 '양평군의 요청이 있었다'는 취지로 밝혔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2023.7.7)

▷ 원희룡 장관 : 예타는 예타대로 가는 거고요. 그다음에 다른 안이 나올 수 있는 것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나올 수 있는 거예요. 자기네가 집권했으면 지금 단계에서 똑같이 검토안을 복수로 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양평군 지역사회의 일치된 의견이기 때문이죠. 어떻게 우리가 지역의 일치된 의견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집권당이냐 그 차이뿐입니다.

채널A 인터뷰 (2023.7.7)

▷ 원희룡 장관 : 양평군에서 당을 떠나서 다 요구하는 사항이고, 해당되는 인구가 더 많은 노선도 대안으로 함께 놓고 의견 수렴에 들어간 건데 이걸 가지고 이제 김건희 특혜를 주라고 했다.

하지만 양평군이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국토부에 보낸 의견서에는 '고속도로의 종점부를 강상면으로 해 달라'는 명시적인 요구가 없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그러자 국토부 설명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국토부는 양평군 입장을 받기 전인 지난해 5월, 타당성 조사 용역업체(민간 설계사)의 제안으로 이미 지금의 노선 변경안을 검토했었다는 입장을 어제(10일)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국토부가 밝힌 내용이 맞다면, 양평군의 공식 입장을 듣기도 전인 지난해 5월, 이미 노선변경 작업이 진행된 셈입니다.

양평군 요청으로 노선 변경을 추진했다는 국토부 설명에 의구심이 드는 이유입니다.

자료 제공 : 양평군의회 최영보 군의원


■올해 2월까지도 양평군 입장은 '원안 노선'

그렇다면 양평군은 어떤 입장이었을까?

KBS는 올해 2월 21일 양평군청이 군의회에 보고한 주요업무계획을 입수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담당해 온 양평군 도시건설국 도로과에서 작성한 서류입니다.


위치(사업구간)는 서울시 송파구 ~ 양평군 양서면, 사업내용은 총연장 27km, 사업비 1조7,695억 원으로 예타안(원안)과 동일합니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했던 최영보 군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에 대한 업무보고 당시 별다른 설명이나 질의가 없었다"면서 "중요한 사업인데 국토부와 노선변경 논의가 있었다면 보고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토부와 수정 논의가 진행 중인데 주요업무계획에서 고의로 누락했다면 양평군이 거짓보고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양평군 관계자는 "협의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원안대로 보고한 것"이라면서 "실시 설계 이후 도로구역 결정 고시 전까지는 법적으로 노선이 확정됐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양평군은 군의회 업무보고 전인 올해 2월 8일 국토부에 보낸 의견서에서도 "양평 통과 노선에 IC를 설치해 달라"는 짧은 내용만 보냈습니다. 노선을 바꿔 달라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정리해 보면, 올해 2월까지 양평군 공식 입장은 예비타당성을 통과한 '원안'이었고, 국토부에 고속도로의 종점 변경을 정식으로 요청한 적은 없었던 겁니다.

■5년 전 기본계획까지 꺼낸 국토부...양평군 "그건 그냥 개념적 수준"

그러자 국토부는 2018년 2월에 양평군이 공청회 등을 거쳐 계획한 '2030 양평군 기본계획'에 지금의 변경안과 비슷한 노선이 있다는 설명을 추가로 내놨습니다.

실제 이 기본계획을 보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이 남양평IC에 연결돼, 변경안과 큰 틀에서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양평군 관계자는 "기본계획에 담겨 있는 내용은 전체적인 인구계획에 의해서 그 지역에 도로가 있으면 좋겠다는 개념적인 수준"이라면서 "도로계획이 아니라 도시계획 개념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속도로 변경안 발표는 올해 5월...그래서 누가 바꾼 건가요?

정리해 보면, 지난해 7월 18일 국토부가 양평군에 의견을 달라고 하자, 양평군은 7월 26일 처음으로 3개의 안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양평군이 낸 2안이 지금의 변경안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양평군이 1안으로 국토부에 낸 것은, 원안과 유사한 노선에서 IC(나들목)만 강하면 북쪽에 추가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올해 2월 국토부가 의견을 또 달라고 했을 때도, 양평군은 역시 "고속도로 노선에 IC를 놔달라"고만 했을 뿐 종점 변경을 요구하진 않았습니다. 이런 점은 군의회에 보고한 양평군 업무보고 서류로도 확인됩니다.

국토부는 올해 5월 8일, 처음으로 변경된 고속도로 노선을 시민들에게 공개했고 6월 말부터 큰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올해 5월 변경안이 공개되기 전까지 양평군 시민들은 물론 공무원 대다수도 노선 변경 사실을 몰랐다고 말합니다. 공청회나 주민설명회 같은 과정은 아예 없었습니다.

국토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수차례에 걸쳐 입장을 발표하고 기자들에게 설명회도 진행했지만, 이번 사안의 핵심인 '노선 변경 이유'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