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덕 칼럼] 어텐션 플리즈!

2023. 7. 11. 1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생성형AI ②
챗GPT의 T(트랜스포머)
구글 논문서 6년전 나온
이 새로운 인공지능 기법이
세상을 뒤집어놓으려 한다

식품회사들이 몸에 좋다며 하루가 멀다고 내놓는 고단백 제품. 15초짜리 기업 광고로 새삼 단백질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근육이나 호르몬은 물론 인체 내에서 복잡한 화학반응을 하는 효소나 면역작용을 하는 항체는 모두 단백질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를 구성하는 물질. 그런데 이 단백질이라는 게 약 20 종류 아미노산의 긴 나열로 이루어지는데 그 조합과 순서에 의해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바이오 분야의 국내 최고 석학으로 불리는 KAIST 이상엽 교수의 해설은 이렇다.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단백질의 구조를 밝히는 것은 인류의 오래된 도전이다. 그게 된다면 원하는 반응을 일으키는 효소의 설계는 물론 신약 개발에 획기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 질병 치료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것을 X선 회절 실험으로 하나하나씩 밝혀야 했다. 시간도 돈도 많이 들었다. 평생 매달려도 못할 과제가 수두룩했다. 그걸 구글이 인공지능 기반으로 해냈다. 이름하여 알파폴드."

지금 인공지능 하면 챗GPT가 대세인데 무슨 철 지난, 그것도 변방에 속하는 분야인(사실 변방도 아니며 처음 듣는 독자들도 많을 것임) 알파폴드 얘기를 꺼내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알파폴드와 챗GPT는 뿌리가 같기 때문이다. 그게 구글 브레인이 6년 전에 내놓은 트랜스포머 어텐션 기술이다. 바둑의 알파고를 탄생시킨 딥러닝 핵심 기법인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합성곱신경망)과는 차원이 다른 인공지능 기술. 그래서 세상에 급이 다른 충격을 던졌고 말 그대로 패러다임 대전환을 가져왔다. 챗GPT의 'T'가 바로 트랜스포머. 논문 제목이 '어텐션은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Attention is all you need)'인데 워낙 기술적이어서 설명을 하자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의 본지 칼럼(5월 19일자와 6월 30일자)이 핵심을 잘 짚어 일독을 권한다.

문 교수는 한마디로 '관계의 노골적 추구'라고 말한다. 어텐션을 무지무지 열심히 하다보면, 그러니까 서로의 관계를 집요하게 캐다보면 문장이 생성되는데 그게 챗GPT다. 언어를 집어넣으면 언어(이미지, 음악 등도 가능)가 나오는 모델인데 여기에 아미노산 서열을 넣으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한 것이 알파폴드다. 그리고 초기 GPT가 나왔을 땐 주목하지 않았지만 챗GPT3와 GPT4가 나왔을 땐 세상이 뒤집어진 것처럼 CNN 방식의 알파폴드1이 나왔을 때는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었다. 100점 만점에 40점 정도. 좀 진전시키니 58점. 그러던 게 트랜스포머 기술이 들어가 업그레이드된 알파폴드2가 나오자 얘기가 달라졌다. 속된 말로 성능이 장난이 아니었다. 100점 만점에 88점. '천년의 도전'이라는 난제가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이 작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키노트 강연을 통해 트랜스포머의 위력을 밝혔다. "AI의 자기지도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AI가 초고속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라고. 이제 이 트랜스포머로 세상은 혁명적 변화를 겪을지 모른다. 반도체 설계는 물론이고 새로운 물성의 신소재도 탄생할 수 있다. 자연재해나 산업재해의 예측도 가능해질 수 있다. 문 교수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감지할 수 없었던 수준의 관계가 파악됨으로써 얻어지는 문명적 이득"이라며 "지금 연구 중인데 주식시장에 파란을 일으킬지도 모를 예측 모델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챗GPT에 흥분하기 전에 그 근원인 트랜스포머 기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 당신이 하는 비즈니스는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트랜스포머가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다. '어텐션, 플리즈!'

[손현덕 주필]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