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기업가정신 = 혁신 + 사회적 가치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주요 그룹 오너를 비롯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76개 기업의 대표들이 서울 남대문 앞 대한상공회의소에 모였다. 기업인들은 '신기업가정신'을 발표하고,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Entrepreneurship Round Table) 동참의 뜻을 밝혔다. 신기업가정신이 무엇이길래 코로나19 바이러스마저도 무릅쓰게 한 것인가.
기업가정신을 처음 언급한 사람은 조지프 슘페터다. 80년 전 그는 기업가를 끊임없이 제품을 개발하고 신사업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꾀하는 것을 기업가정신의 핵심으로 보았다. 시대가 변하면서 기업가정신에 대한 논의는 사회문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21세기 자본'을 집필한 토마 피케티는 자본주의가 사회 발전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고 보았다. 예컨대 기후문제가 일상화되면서 공공자본 활용에 기업의 역할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무료로 이용했던 자연 자본이 이제는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비용으로 기업의 부담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점차 보편화되어 기업의 역할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미국은 대표적 경제단체인 BRT 중심으로 기존 주주 자본주의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발전시키고 있고, 유럽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으로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기업 존재의 의미와 역할 역시 확장되고 발전되었다. 이제 기업들은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대한상의의 신기업가정신 선언은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의 새로운 역할에 적극 호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데서 시작했다. 일자리와 이윤을 창출하는 과거 기업의 역할을 넘어 고객은 물론 조직 구성원과 주주, 협력회사와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를 소중히 여기고 함께 발전하겠다며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했다.
지난 5월 1주년을 맞은 ERT는 선포 당시 76개였던 참여 기업이 지금은 803개로 늘어났다. 이제 기업들은 신기업가정신의 활동을 통해 기업이 가진 혁신역량과 자본을 활용하여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에게 쉼터버스를 제작해 주고, 위기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 상담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초기 정착금이 될 수 있는 통장을 개설해 준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아예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는 사례는 기업 역할의 확대를 보여주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켜 소셜벤처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기업의 역할은 이윤 추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후변화와 저출산, 고령화, 디지털 전환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기업이 함께할 공간은 무궁무진하다. 신기업가정신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통해 혁신을 일깨우고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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