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디폴트옵션을 아시나요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인 기자는 최근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을 지정했다. 기자가 가입한 증권사에서는 투자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 포트폴리오를 2개 제시하면서 각기 펀드들로 구성돼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문제는 각 펀드들이 어떤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펀드의 세부 항목을 살펴보기 위해 클릭한 투자설명서는 225쪽에 달했다. 바쁜 직장인들이 이것을 일일이 들여다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펀드별로 총보수가 적혀 있었지만 이게 다른 상품과 비교해 높은 수준인지 낮은 수준인지도 알 길이 없었다. 디폴트옵션을 지정하면서 느낀 것은 한마디로 투자자들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매일경제가 미래에셋증권 확정기여(DC)형 가입자 2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디폴트옵션 정착을 위해 수익률 및 수수료 정보 강화(48.5%)가 시급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적극적 제도 홍보(17.6%), 가입자 교육(11.8%)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많았다. 응답자 중 25%는 업무와 자산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디폴트옵션이 자리 잡으려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 편의를 높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디폴트옵션은 10년 퇴직연금 수익률이 2%대에 그쳐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예·적금 등 기존에 가입한 금융상품의 만기가 도래한 후 별도 운용 지시 없이 총 6주가 지나면 자동으로 사전에 지정해 놓은 상품에 투자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예·적금 만기 후 자동으로 예치되는 기능은 폐지됐다. 퇴직연금을 알아서 운용하는 가입자도 일단 디폴트옵션으로 투자할 상품을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3개월간 시범운영 기간 원리금이 보장되는 초저위험 상품에 자금의 80% 이상이 쏠렸다는 것은 원금 손실 우려가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밑바탕에는 잘 알지 못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것과 불안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걸 해결해야 디폴트옵션이 국민 노후 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김정범 증권부 kim.jeongbeo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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