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펀드마저 ‘반쪽’ 출범...“바이오벤처 M&A·기술이전 촉진해야”

염현아 기자 2023. 7. 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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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 투자활성화 전략과 지원정책 모색’ 토론회
6개 단체 결성한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주최
업계 “자금 루트 다각화 위한 정부 지원책 필요해”
정부 “내달 2000억원 규모 ‘K-바이오 백신 펀드’ 출범”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바이오벤처 투자활성화 전략과 지원정책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염현아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에서는 ‘돈 버는 바이오’가 인기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상용화되는 데 최대 7년이 걸리고, 수천 억원이 필요합니다. 바이오벤처들이 자금을 확보하려면 IPO와 다른 루트를 택해야 합니다.”

홍천표 지아이셀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바이오벤처 투자활성화 전략과 지원정책 모색’ 토론회에 참석 “바이오벤처가 단기간에 돈 버는 벤처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바이오벤처 자금 확보 방법이 기술이전, 인수합병(M&A)으로 다각화하도록 정부의 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는 지난 1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등 6개 단체가 제약과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혁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출범했다. 협회 출범 이후 세 번째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침체로 위기에 처한 바이오벤처의 투자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축사에서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투자유치 실패와 자금조달 난항에 줄줄이 고사위기에 처하는 ‘데스밸리’에 빠져들고 있다”며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잘 알고 있으며, 정부와 함께 다방면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역량이 핵심인 바이오기업에게는 연구와 임상 시험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투자 유치가 절실한 문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탈(VC)의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 규모는 1조1058억원으로 전년도 1조6770억원과 비교해 34.1%이나 줄었다. 바이오 기술특례상장 건수 또한 지난해 8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4건보다 감소했다.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해외 VC 투자도 지난해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감소 추세다.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은 “국내 투자자들이 바이오투자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를 알아봤더니 투자 회수 시기의 불확실성, 시장의 불확실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며 “바이오는 상업화까지 기간이 길고 실험 결과의 불확실성이 큰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는 최근 고금리 여파로 IPO 시장이 침체된 것도 투자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다. 바이오 전문 투자회사인 LSK의 김명기 대표는 “투자 자금은 대부분 IPO를 통해 회수하게 되는데, 상장에 성공하는 바이오텍 수도 적고 이들의 기업 가치도 떨어지면서 공모 금액도 떨어진다”며 “악순환이 계속 되니 아예 투자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장에 성공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2020년 27곳, 2021년 19곳에서 지난해 13곳으로 감소했다. 공모금액 역시 2020년 1조6200억원, 2021년 4조570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3485억원으로 10분의 1토막이 났다. 상장기업 수와 공모액 모두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바이오벤처 업계는 정부에 자금 마련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홍 대표는 “현금 여력이 있는 해외 기업이나 국내 기업에 바이오벤처 M&A를 장려하는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며 “자금 확보는 물론 대기업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얻어 개발 중인 기술을 보다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최근 대기업들도 바이오헬스 산업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이때 우수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와의 M&A가 활성화된다면 바이오벤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M&A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도 바이오벤처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부터 5000억원 규모로 추진 중인 ‘K-바이오백신 펀드’가 대표적이다. 당초 올해 2월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뤄졌다. 공모 운용사 중 한 곳인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운용권을 중도 반납하면서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조성 금액의 70% 정도에 해당하는 자금 모집에 성공해 오는 8월 출범할 예정이다.

김현주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바이오벤처를 신속히 지원하려다 보니 애초에 설계를 잘못했다”며 “현재까지 모아진 2500억원의 70%를 8월 중에 우선 출범하고, 나머지 30%는 하반기에 출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현재 M&A 외에도 기술이전, 공동개발 등을 통해 바이오벤처의 R&D를 지속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과장은 “바이오벤처가 기술 이전이나 공동개발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연구를 계속 해나가기 위해서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혁신)도 방법”이라며 “내년에는 국내외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정부 예산 지원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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