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문인력 車 향해도...'입꾹닫' 애끓는 배터리업계

김도현 기자 2023. 7. 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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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회사로 향하는 배터리 전문인력이 늘고 있다.

전동화 과정에서 배터리에 대한 이해와 기술을 키우는 게 완성차 기업의 숙제가 되면서 최근 몇 년 새 연구직 수요가 급증했다.

배터리업계는 이 과정에서 주요 핵심 기술이 완성차 기업에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고객사와의 관계를 의식해 애만 태우고 있다.

게다가 배터리업계는 전문인력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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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차


완성차 회사로 향하는 배터리 전문인력이 늘고 있다. 전동화 과정에서 배터리에 대한 이해와 기술을 키우는 게 완성차 기업의 숙제가 되면서 최근 몇 년 새 연구직 수요가 급증했다. 배터리업계는 이 과정에서 주요 핵심 기술이 완성차 기업에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고객사와의 관계를 의식해 애만 태우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달 탐사 모빌리티 선행 개발을 위한 인력 채용을 진행하는 현대차그룹은 헤드헌터 업체를 통해 배터리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이다. 박사 학위를 보유했거나 배터리 기업에서 5년 이상 경력을 지닌 엔지니어가 대상이다.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3사 연구원이 주된 대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관련 연구 조직을 키우면서 배터리 인재도 폭넓게 영입하기 시작했다. 2019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송 기간뿐 아니라 쟁송을 마무리하고 LG에너지솔루션·SK온이 출범한 이후에도 배터리기업 간 이직이 불가능해지면서 배터리 전문인력 이직 수요가 현대차로 몰렸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사상 처음으로 진행한 구성원 추천인 채용과 대규모 경력직 채용 등을 통해 배터리 전문인력을 대거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비교적 단기간에 배터리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단 평가를 받는다. 자체적으로 배터리 설계·제작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알려진다. 배터리 자체생산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공장만 설립하면 고품질의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배터리업계는 현대차의 이런 비약적 성장의 원동력으로 전문인력 유입을 꼽는다. 중국·유럽 배터리 기업으로 유출되는 인력은 줄고 있는 데 반해 현대차로 향하는 인재들은 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이 자연스럽게 이식됐을 것으로 본다.

사정이 이런데도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선 기업은 전무하다. 영업기밀 침해를 이유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소송전이 수년간 이어지고, 여전히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게다가 배터리업계는 전문인력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3사 모두 국내 주요 대학과 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인재양성에 나섰을 정도다. 해외 주요국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취업 관련 행사를 열면서까지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인재 유출에 속앓이하면서도 항의조차 못 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배터리를 구매하는 고객사이기 때문. 현대차그룹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합작사(JV)를 설립한 LG에너지솔루션·SK온뿐 아니라 거래가 전무한 삼성SDI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잠재적인 고객사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완성차업체와 날을 세우는 모습이 연출되면 다른 고객사와의 관계도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도 결국 전방기업으로부터 선택받아야 하는 후방산업"이라면서 "현대차와 다투게 되면 다른 완성차 기업에도 좋지 못한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투자·생산 효율성을 이유로 자체 생산에 나서지 않고 연구에 주력하지만, 아직은 배터리 3사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보여 양산에 나서면 특허 시비에도 휘말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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