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공식화’에 삼성·네이버 등 첨단기업 ‘RE100’ 차질 빚나

이재덕·박상영 기자 2023. 7. 1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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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윤석열 정부가 첨단산업의 안정적 전력공급을 이유로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화한 가운데 2050년 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키로 한 반도체·배터리·데이터센터 기업들의 ‘RE100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국제사회·투자자·고객사 등이 투자·구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 기준인 RE100을 기업들이 국내에서 달성하기 어려워지면 결국 해외로 이전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양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은 205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의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글로벌 전력소비량 약 2만8100GWh(기가와트시) 중 8704GWh(약 31%)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했다. 이는 주로 미국·중국 등 해외에서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구매 등을 통해 이뤄졌다.

삼성전자 전력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반도체 공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주요 반도체 생산시설이 국내에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2.71% 불과하다.

반면 한국처럼 재생에너지 설비가 열악한 것으로 평가받는 대만은 낡은 원전을 폐쇄하는 한편, TSMC가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망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사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하는 등 RE100은 이제 시대적 요구”라면서도 “다만 국내에는 재생에너지 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보니 반도체 부문의 RE100 달성에 큰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향후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대로 신규 원전이 건설되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

특히 2042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5개가 건설되는 용인 시스템 반도체 국가 산업단지에는 최소 하루 7GW(기가와트) 수준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신규 원전 등을 건설해 국가 산단에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로서는 재생에너지 계약을 늘리거나 REC 등을 구해서 이를 상쇄시켜야 하는데 원전 확대로 재생에너지가 국내 전력 시장에서 경제성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주요 고객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KDI공공정책대학원 등이 2021년 발표한 ‘RE100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2040년 기준 반도체 수출액이 3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RE100을 달성한 다른 반도체 기업과 거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배터리와 데이터센터 기업들 역시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2021년 RE100에 가입한 LG에너지솔루션은 REC 구매를 통해 오창 공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지난해 5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신규 태양광·풍력 시장이 위축되면 RE100 달성 시점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2040년까지 국내 데이터센터 등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네이버와 카카오도 RE100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애플 같은 글로벌 고객사를 둔 국내 업체들이 RE100 달성을 위해 전력이 많이 소모되는 시설을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수도권의 반도체 관련 한 대학 교수는 “재생에너지 기반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국내 생산 제품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이 RE100 반도체를 원하는 고객사를 위해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 생산설비를 확대하는 상황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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